여행 이야기

산타페 광장: Santa Fe Plaza

Barram 2021. 6. 7. 13:53

앨버커키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산타페(Santa Fe)는 뉴멕시코의 주도(State Capital)로서 인구 약 9만명이 사는 조그마한 도시이다. 앨버커키 주변에 있는 라스베가스 (Las Vegas: 네바다주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이름은 같지만 뉴멕시코에 위치한 작은 도시)와 더불어 앨버커키 광역도시권에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산타페는 올드타운 앨버커키와 마찬가지로 산타페 광장(Santa Fe Plaza)이 도시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산타페 광장에는 오래된 교회건물, 주지사 공관 (Palace of the Governors), 뉴멕시코 역사 박물관 (New Mexico History Museum), 각종 초콜렛 하우스와 커피전문점, 갤러리가 모여있으며 그 규모는 올드타운 앨버커키보다도 휠씬 크다.

산타페 플라자 도로 부근.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운좋게 무료주차공간을 발견, 차를 주차시킨 후 거리를 산택했다. 늦은 일요일 오후, 안타깝게도 주지사 공관 건물, 교회, 박물관은 모두 문을 닫아 구경하지 못하고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여러 상점과 갤러리를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산타페 플라자 거리 정경

산타페에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몇가지에 대해 딸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ㅔ산타페가 뉴멕시코의 주도(State Capital)라는 사실을 자신이 가족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그 자랑스러워함에 약간 찬 물을 끼얹는 나의 코멘트..
"너 산타페에 대한 또다른 팩트 (fact)가 있는데 알아?"
"몬데?"
"미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주도이자 가장 고도가 높은 장소에 있는 주도지롱~~"
딸아이가 어디서 확인한 내용이냐고 칭얼거리고 나는 위키 페이지를 보여주며 증거를 드리민다.
부녀의 티격태격 팩트 체크에 아내는 눈을 흘기며 나보고 철 좀 들라고 이야기한다.
산타페는 1610년 스페인 식민지 시절인 누에보 멕시코 (Nuevo Mexico)의 수도로 세워진 이래 뉴멕시코주의 수도역할을 해왔으며 고도 7,199 피트 (2,194 미터)에 위치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 수도이다.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

가족들과 함께 우선 눈에 띄는 세인트 프랜시스 바실리카 성당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으로 향한다. 일요일 저녁이 다가오는 늦은 오후, 성당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안으로 들어가 거룩한 성당의 분위기를 들이마셔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간단히 사진 몇 장을 찌고 산타페 광장으로 향한다.

문을 닫은 주지사 공관 (Palace of the Governors)

뉴멕시코 전통 점토 건물 양식 (adobe) 을 하고 있는 주지사 공관 (Palace of the Governors)도 문을 닫았다. 이 건물은 아직까지도 주지사 집무실로 쓰이고 있는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주지사 공관이다.

산타페 광장 (Santa Fe Plaza)

약간은 한산해진 산타페 광장에는 인디언의 후손이 연주하는 북소리가 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올드타운 앨버커키 광장과 닮았다.) 인근 카페테리아에서 가끔씩 멕시코 전통 음식이 흘러나온다. 그 곳에서는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북적이는 카페테리아에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모습에는 여행방문객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조그만 아트갤러리인 Shop of the Rainbow man

산타페 광장에는 눈에 띄는 부띠크(boutiques)와 갤러리가 많은데 아내와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쓰일 조그마한 예술품을 보고 싶다며 한 갤러리에 들어갔다. 이 샵은 1945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아기자기한 크기의 장식물을 많이 팔고 있었다.

Loretto Chapel

산타페 광장에서 약간 벗어난 거리에는 로레또 예배당 (Loretto Chapel) 건물이 있다. 로레또 예배당은 이전에는 로마 카톨릭 교회건물로 쓰이다가 지금은 박물관과 카톨릭 결혼 예배를 보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 건물안을 들어가면 약 20 피트 (6.1미터) 높이의 나선형 계단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는 계단 같아 "기적의 나선형 계단" (miraculous spiral staircase)이라 불린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방문 시간이 지나 예배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산타페에서는 시간 제약 상 여러 장소들을 피상적으로 보았을 뿐 자세히 음미하는 여유를 가지질 못했다. 이번 앨버커키와 산타페 방문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로레또 예배당에 있는 또다른 갤러리

로레또 예배당 앞에도 여러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점토식 건물의 창가에 빠알간 색의 꽃덩굴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가족들과 그 앞에서 사진 여러컷을 찍어보았다. 좋은 각도를 잡기 위해 뒤로 물러서다보니 차도에 서있는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덕분에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다.

조각물 갤러리에서 -1-

로레또 예배당 건너편으로 여러 종류의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철제조각물을 여기저기 전시해놓은 갤러리가 유독 눈에 띄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 영화 등장 캐릭터를 중심으로 잘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여러 모습의 조각물

갤러리 한켠에는 마치 철제 조형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이 묻혀나온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모습, 자연과 더불어 살아숨쉬는 생물의 모습을 담았다는 사실때문에 인조물을 대하는 어색함은 반감된다.

에일리언과 트랜스포머 조각물도 보인다.

아들녀석이 무서워했던 에일리언, 하필이면 바로 그 앞에 아들녀석이 호감을 가졌던 트랜스포머가 있다. 마치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듯한 에일리언의 모습. 똑똑한 건지, 아니면 겁이 많은 건지, 아들녀석은 그 덫에 걸려들지 않고 멀치감치 트랜스포머 조각물을 보며 저거저거~ 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골목길 뒤켠 갤러리 전시물

골목길 뒤켠에는 뉴멕시코 전통 장식물들이 마치 햇빛에 건조시키려 처마에 걸어둔 배춧잎 마냥 벽에 진열되어 있다. 왠지 모르게 앞에서 보았던 철제 조형물보다 더 정감이 간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서일까. 그래서 예술품을 바라보는데도 꼰대눈이 되어가며 라떼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수박 겉 핣기하듯 산타페를 구경하는 오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시간 관계상 많은 곳을 세세하게 보지 못하고 방문을 마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음에 제대로 날잡고 와서 여유스러운 탐미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