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파이크 피크 산악열차: Broadmoor Manitou and Pikes Peak Cog Railway

Barram 2021. 6. 9. 12:42

콜로라도 록키산맥 남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파이크 피크 (Pike Peak) - 고도 14,115-feet (4,302.31 m) -는 콜로라도 스프링으로부터 서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마니토우 (Maintou) 지역에서 파이크피크로 향하는 산악열차가 있다고 해서 이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선 파이크 피크 산악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웹싸이트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물론 당일 티켓 구매도 가능하나 좌석이 보장되지 않아 만일 가족과 함께 탑승시 서로 떨어져서 앉는 이산 가족의 비애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The Broadmoor Manitou & Pikes Peak Cog Railway | Reopening in May 2021

 

The Broadmoor Manitou & Pikes Peak Cog Railway

Near Denver and Colorado Springs, the world's highest cog train takes families to the 14,110-foot summit of America's Mountain, Pikes Peak, Colorado.

www.cograilway.com

 

만일 좋은 뷰가 있는 자리를 원한다면 약 한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일반 티켓(Standard Admission Ticket) 가격은 13세 이상은 $58, 3~12세는 $48이며 만일 본인이 앉고 싶은 자리를 선택하고 싶다면 $10를 더 내고 자리예약 티켓(Reserved Admission Ticket)을 구매해야 한다. 일반 티켓은 탑승당일 승무원이 지정해주는 자리에 앉아야 하는 제약이 있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특정 자리가 있다면 자리 예약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서 자리 예약 티켓을 구매하면 본인이 앉고 싶은 좌석을 지정하라고 나온다. 되도록이면 열차내 3인용 창가 좌석에 앉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 쪽으로는 산 아래로 보이는 정경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 2인용 좌석은 산등성이 쪽을 보고 올라가므로 구경꺼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나는 4인 가족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2인용 좌석을 예약했다. 

매니토우 파이크 피크 산악 열차 역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으므로 주차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열차 출발 시간 약 40여분 전부터 주차장 입장을 허용해주기 때문에 시간에 맞추어서 가야한다. 

매니토우 파이크피크 산악열차 역 

이 곳 산악 열차는 스트러브식 철도라고 하는데 스위스의 T. 스트러브(1858~1909년)가 발명한 랙식 철도(rack railway system)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좌우 레일의 중앙에 폭 넓은 랙 레일을 부설하고 차량측의 피니언(pinion)을 랙 레일에 맞물려 구동하여 주행하는 구조로, 급구배를 오르는 철도에 채용되고 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철도관련).

미국 산악 열차로는 관광목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주행하고 있으며 그 수익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 열차는 2018~2020년 리노베이션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가 2021년 5월 20일 다시 오픈했다. 우리 가족이 이 열차를 탄 날짜가 2021년 6월 초였으므로 오픈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방학을 막 시작했고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탓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예약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오늘 탑승할 19번 열차

역으로 들어가니 플랫폼에는 이미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역무원들이 일반 티켓 대기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여유롭게 지정된 좌석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하느냐 물어본다. "응 우리는 개인당 $10를 더 냈거든." 딸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10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구나. 10살 아이가 자본주의 사회, 돈의 위력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열차 운전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둘째

미리 예약해둔 좌석은 열차 운전수 자리 바로 뒤쪽. 열차 운전대에 관심을 보일 둘째 생각에 그 자리를 예약했다. 둘째는 자신이 운전수가 된 마냥 여기저기 운전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만일 어린 남자아이와 함께 탑승한다면 이 좌석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열차가 출발하여 올라기 시작한다.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며 출발하기 시작한다. 숲속을 지나고 개울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는 경사가 가파라지는데 열차는 속도를 높인다. 아이들은 창문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이내 열차안으로 눈길을 돌려 열차 내부와 탐승객들을 살펴본다. 자연구경, 열차구경, 사람구경...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추억으로 방울방울 솓아오르다 톡 터져비리듯 기억 너머로 사라져 버리겠지. 기억방울 속에 투영된 추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두려 아빠의 손은 바쁘게 운직인다.

열차안에서 바로 철도 풍경

고도가 높아지면서 반대편 차창으로 광대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등성이에는 겨울에 내렸던 눈이 듬성듬성 보이는데 산 아래쪽은 울창한 초록색의 여름모습이 펼쳐지는 모습,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의 모습은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중간역인 윈디 포인트 (Windy Point)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올라 중간 역인 윈디 포인트 (Windy Point)에 다다른다. 12,129 feet/3697m 높이에 있는 이 간이역은 반대편에서 오는 산악열차를 통과시켜주기 위한 열차들이 잠시 대기하는 장소이다. 산악열차가 관광 목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한 것이 1891년이라고 하니 아마도 당시 역무원들이 이 곳 윈디포인트에서 머무르고 철도 관리를 했었듯 싶다. 130년 된 이 벽돌건물을 바라보며 산악 철도의 역사를 느껴본다. 

파이크 피크에 도착

약 1시간여 정도의 열차주행 끝에 파이크 피크 정상에 도착하니 다른 열차가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도착한 이와 떠나는 이들이 엉켜 산 꼭대기 플랫폼은 북적북적한 모습이다. 곧이어 경적이 울리고 먼저 와있던 열차가 떠나기 시작한다. 이 곳에 도착후 약 45분 정도의 구경시간이 주어진다.

파이크 피크 정상에서 바라본 록키산맥

파이크 피크 정상은 바람이 매서웠고 날씨가 추웠다. 준비한 점퍼를 챙겨입고 열차 밖을 나서니 플랫폼 주변으로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철도를 정비하고 리노베이션을 준비하느라 지난 2년간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파이크 피크 산꼭대기에서는 휴게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전망대로 가서 록키산맥을 구경해본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 바람이 매섭고 찬공기가 얼굴을 때린다. 전망대에서 약 5분여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다 가족들은 다시 열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을 손으로 만지며 한 여름의 눈송이를 체험한다.

가족들은 높은 정상에서 바로본 풍경과 한 여름속의 눈을 바라보고 만져본다.

해발 고도 4,300m의 높이에 약간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한라산을 올라본 적이 없지만 한라산 높이(1,947m)의 두배 이상 높은, 익숙치 않는 환경에 대한 내 몸의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플랫폼 주위 풍경

전망대 부근에서는 휴게소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각종 중장비와 트럭들이 오간다. 이 높은 산꼭대기에 오래된 일차선 포장도로가 있다. 안내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해 6월~7월 국제 자동차 산악 레이스 (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가 이 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각종 레이싱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5~6시간에 걸쳐 이 곳 파이크 피크 꼭대기까지 오르는 경주를 한다고 하니 참가자들의 그 용기에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까지 흥미로워보이지는 않는다.

PPIHC Home - Fans - 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

 

PPIHC Home - Fans - 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

Jul 2nd            Colorado Springs, CO – The 99th running of the Broadmoor 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 brought to you 2 Jul, 2021 Jun 25th Announcing the Fast 15 Qualifiers for the 2021 Race to the Clouds Inaugural Award to Become Annu

ppihc.org

구경시간이 다되어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차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열차는 한쪽은 3인석 다른 한쪽은 2인석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공간이 그다지 넓지 않아 마주보는 사람끼리 무릎이 닿을 듯 말 듯하며 옆사람과의 밀착도 불가피하다. 열차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니 강제하는 듯한 인상은 아니었다. 

열차 운행중 풍경감상은 3인석 창가쪽이 훨씬 낫다. 때문에 좌석 예약시 이점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열차내 모습

기적 소리가 울리면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사람들이 되돌아 오면서 좌석은 다시 만원이 되었다. 아이 우는 소리, 달래는 소리,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여행에서 새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터가며 잠시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게 해준다. 

산 정상에서의 19번 열차 모습

열차 출발전 차에서 내려 산정상에서 바라본 록키산맥 정경을 다시한번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나중에 보니 급한 마음에 좋은 각도를 찾지 못하고 대충 찍은 사진들이다.

산꼭대기 전망대에서 찍은 록키 산맥 정경

내려오는 길은 열차 기관사가 우리쪽 운전대로 와서 열차를 운행했다. 아들녀석이 기관사 여자분을 보고 반가운듯 손을 흔들더니 기관사 뒤에서 여기저기 멀뚱멀뚱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 경험은 아들녀석에게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하산 중 운전석 뒤에서 찍은 사진

올라가는데 약 1시간, 산 정상에서 약 45분, 내려오는데는 생각보다 천천히 와서 약 1시간 10분, 총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각각 시간대에 따라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고 하니 개인 선호도에 따라서 파이크 피크에서 저녁 노을이 보고 싶으면 마지막 열차시간을 이용하면 될 듯 하고, 한 낮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주간 시간대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을 가지게 한 데에 만족스럽다.  아래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 19번 열차 명당의 자리를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올라갈 때나 내려올때 제일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리라고나 할까. 

19번 열차 명당 자리 44번 석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올 경우를 대비해, 또 혹시 방문할 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이렇게 콜로라도 스프링의 하루가 마무리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