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라 동굴 탐험: Caverns of Sonora
I-10 인터스테이트 도로를 타고 텍사스 서부쪽으로 향하다 보면 소노라 (Sonora)라는 조그마한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마을에서 약 8 ~ 9 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소노라 국립 자연 동굴 공원(Caverns of Sonora)이 있다. I-10에서 Caverns Road로 향하는 392번 출구로 나와서 소노라 동굴 공원으로 향하는 조그마한 국도를 달렸다.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황망한 평원에서 길을 따라 약 10여분 정도 운전하다 보면 소노라 동굴 공원 사무실과 캠핑지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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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라 동굴 공원 사무실은 사무실이라기 보다는 조그마한 시골 가게같은 모습이다. 건물 주위로 공작새 2 마리가 느릿느릿 걸어다니고 건물 그늘 차양막 밑으로는 여러 새들이 둥지를 들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전형적인 시골의 한적한 잡화상 가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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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안을 들어가보면 이것은 사무실이 아니라 조그만 선물가게이다. 오른쪽에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주문할 수 있는 조그마한 카페테리아가 있고 왼쪽에는 입장 안내소가 보인다. 간간히 사람들이 들어오곤 하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장소는 아닌 듯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의 건물 내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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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오기전 전화로 투어 예약를 해야하는지 문의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 이 곳에 잠시 들릴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투어 예약을 따로 하지 않았었는데 당일 투어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본 것이었다. 예약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고 현재 방문객이 많지 않은 편이라 당일 방문시 바로 투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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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투어는 크리스탈 궁전 투어(Crystal Palace Tour)라고 불리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12명이 넘지 않는 선에 동굴 내부를 걸어서 구경하는 그룹투어인데 성인은 $20, 4살~11살 아이는 $16달러, 4살 이하는 무료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투어에는 나이 제한이 없는 대신, 매표소 직원이 임의로 참가자가 투어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 후 참가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사람이라도 서비스제공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We reserve the right to refuse service to anyone)."이라는 문구에서 1956년 미국 영화 "자이언트 (Giant)"에서 유색 인종에게 서비스를 거부하면서 식당 주인이 이 표지판을 주인공(Rock Hudson)에게 던지는 모습이 생각나 잠시 섬뜩했다. 물론 그 의도는 각각 다른 이유에서 나왔지만 말이다. :)
크리스탈 궁전 투어는 155 피트 (feet) 지하에서 약 2 마일여를 걷는 코스이다. 화씨 72도, 습도는 98%로 꽤 높은 편이다. 온도는 계절과 관계없이 일정하다고 한다. 때문에 간단한 티셔츠와 운동화를 신고 동굴 투어에 가는 것을 추천한고 있다.
투어 시작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인데 준비가 되면 건물 안팎으로 공지가 나간다. 투어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과 선물가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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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채취한 석회암 및 크리스탈로 만든 각종 장식물과 제품을 판매하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휴스턴에서 3 ~ 4천 달러 하는 크리스털 장식물은 여기에서 1500 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여유가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면 한번 사보았음직한 물건이 몇몇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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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볼거리 많은 선물가게에서 친지들에게 선물할 기념품 몇개를 사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공작새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하게 깃털을 펼친 모습을 구경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거의 일상 모습이었을지도 모르나 우리에게는 이런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이 처음이라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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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투어가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나이 드신 백인 부부 2명과 우리 가족 4명 총 6명이 투어에 참가했다. 아마도 도 거의 프라이빗(private) 투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운이 좋았던 듯 싶다. 투어 가이드는 젊은 백인 남자 분이었는데 친절하게 소로나 동굴의 역사와 더불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잘 풀어주었다. 그런데 동굴 사진 찍은 것을 보니 가이드가 해주었선 설명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아마도 어둡고 습기가 찬 동굴을 걸으며 딸아이 손을 잡고 길을 가는데 신경쓰고, 사진 찍고, 가족들 사진 찍고 그러면서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머리 속에 잘 남지 않았다보다. 또한 익숙치 않은 용어에 세세한 부분들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여유가 나에겐 없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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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내려가는 계단은 조금 가파른 구역도 있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총 360 스텝 정도의 계단이 있다고 하니 계단을 오르내리기 편한 신발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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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에서는 여러 침전물(여기에서는 스펠레오뎀 speleothem이라고 부른다)과 종유석이 여기저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어둠속에 숨어있다가 투어가이드가 전원을 켜면 그 모습을 화려하게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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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부가 신기한지 여기저기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둘째, 첫째는 어둡고 습기찬 동굴 속 분위기에 약간 겁을 먹었는지 내 손을 꼭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결국 비디오로 동굴 내부를 담아보겠다는 욕심은 접어둔 채 군데군데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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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기억나는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이 동굴은 약 1억년전 (100 million year old) 부터 생성되었다고 한다. 동굴내 석회암 및 크리스털 암석들의 기원대를 추적해보면 1억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 약 5백만년 걸쳐 현재와 같은 동굴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깊은 대지내에서 나오는 가스에 물이 결합되면서 산성(acid) 물이 석회암을 녹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침전물과 종유석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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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부를 걷다보면 아직도 침전물과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이 모여 조그만 개울이 되고 그것을 따라 흘러가는 물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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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따라 가다 보면 푸른 빛깔을 띤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는데 그 곳에는 동전들이 가득히 쌓여있다. 소원을 빌고 1센트 또는 쿼터를 던지는 wishing well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동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아이들이 조금 서운해하려던 찰나 투어가이드가 친절하게도 1센트 동전 두개를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큰 아이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빈 뒤 동전을 던지는데 둘째는 던지는 재미에 미소를 짓고 즐거워한다. 첫째에게 소원이 뭐였냐고 물어왔는데 역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비밀로 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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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설명 중 기억나는 부분은 이 동굴이 1900년대 초반 근처 목장 소유주에게 발견되었고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탐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군데 군데 남아있는 밧줄은 당시 탐사의 흔적을 보여준다. 당시 몇몇 뜻있는 동굴 탐험가들과 사진가들에 의해 이 동굴에 투어 관광경로가 개척되기 시작했고 1960년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당시 몇몇 무지한 동굴 탐험가들에 의해 동굴의 자연경관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굴입구에 커다란 철문을 설치하였고 이미 탐사된 7마일 중 2마일 정도 전등을 설치하고 관광 코스를 개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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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투어를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장소에는 약 5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졌다. 투어가이드가 탐사 당시 어두웠던 동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며 모든 전등을 껐다. 완벽한 어둠과 적막의 상태가 약 1분간 이어졌다. 이런 어둠 속에서 동굴을 탐사해나간 탐험가들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들도 더이상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 적막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상상 탐험을 해나간다.
나오는 곳에 한 때 나비모양으로 침전 암석 모양이 있었던 장소를 지나게 되었다. 가이드에 의하면 과거 관광객 중 한 명이 자신의 여자친구에서 갖다줄 목적으로 가이드 몰래 그 모양을 꺽으려다 그 암석모양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후에 이를 적발하고 추적하여 암석을 훼손한 관광객에게 약 2백만 달러의 벌금을 청구했다 한다. 그 후로 주정부에서 동굴 자연 경관을 해치는 행위 처벌에 대한 특별법 및 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정하는 지침을 정하게 되었다. 사람의 사소한 욕심에 무너지는 자연과 그 역사에 씁쓸함과 더불어 허망한 웃음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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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오는 것이 약간 힘들었지만 지표면으로 돌아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 첫째 딸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처음 동굴에 들어갈때는 많이 긴장하던 표정이 역력했는데 투어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나름 재미를 느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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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온 후 투어 가이드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팁을 제공했다. 잠시 작별했던 뜨거운 햇살과 재회한 아이들은 눈을 부벼대며 그 빛을 품어본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동굴 투어가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나 보다. 동굴에서 보았던 광경을 계속 이야기하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도 즐거운 투어였다. 투어가이드도 상당히 친절했고... 다음에 다시한번 방문해봄직한 장소였다.
동굴 투어로 조금 더러워진 신발과 옷가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오늘 1박할 장소를 찾아 떠나본다.
참고로 동굴투어를 비디오 영상으로 찍어보고자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하지 못했다. 유튜브에 있는 소노라 동굴 투어 영상을 찾아 아래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