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크리스탈 해안가 여행 (Crystal Beach at Bolivar Peninsula)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막바지로 이른 8월의 어느날, 아이들을 데리고 볼리바 반도(Bolivar Peninsula)에 위치한 크리스탈 해안가(Crystal Beach)에 가기로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여름 내내 집안에 갇혀 있었던 터라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기 했고 해변가에 가고 싶다는 딸아이의 투정 같은 요청도 있었기에 간단한 조사 끝에 Crystal Beach로 결정!!
한시간여가 넘는 운전을 하여 갤버스톤 (Galveston)에 도착했다. 45번 국도에서 87번 도로로 이어지는 텍사스주 고속도로(Texas State Highway)를 쭉 따라서 가니 갤버스톤 페리터미널 (Galveston Ferry Terminal)로 향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길바닥에 표시된 안내를 따라 Ferry Road에 진입하니 차량들을 운반하는 페리선이 보였다. 안내인의 지시를 따라 자동차를 페리선에 진입시키고 엔진을 끈 후 차 안에서 나오지 않고 주변경관을 감상했다.
Galveston과 Port Bolivar를 연결하는 차량 페리선은 무료로 운영된다. 별 다른 절차 없이 도로에서 바로 페리선으로 진입하여 주차만 하면 끝이다. 운좋게도 제일 우측으로 주차가 정해져 다른 차량으로 인한 시선 방해 없이 바닷가 정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약 15분정도 페리선을 타고 가면 Boliva side Ferry landing에 도착하여 바로 Texas State Highway 87번 도로를 타고 Crystal beach로 갈 수 있다.
가는 길에 잠시 Bolivar Point Lighthouse를 지나치면서 사진을 찍었다. 큰 볼거리는 아니어서 차안에서 지나가는 길에 아내가 사진을 찍은 모양이다.
Light house를 지나 약 2-3 분을 운전해서 가다보면 오른쪽에는 한 때 미육군 해변 포대가 위치했었던 Fort Travis가 나온다. 이 곳은 1900년대 미육군이 구축한 포진지와 벙커들이 있으며 2차세계대전까지(1943년) 운용후 페쇄되었다고 한다. 그후 공원으로 조성되어 관광객들에게 피크닉 및 캠핑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간혹 벙커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족은 공원내로 들어가지 않고 간단히 자동차로 벙커와 해안가 주변을 정찰(?)만 한 후 목적지인 Crystal Beach로 향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나중에 한번 들러볼만한 장소일 듯 하다.
Fort Travis에서 다시 Highway 87번을 타고 북동쪽으로 약 15분여를 달렸다. S. Crystal Beach Rd를 만나는 지점에서 우회전을 하면 해변가로 들어갈 수 있는 도로가 나온다. 해변가로 들어가기전 Beach permit을 구입하기 위해 잠시 Daimand Shamrock이라는 편의점 점포에 들렀다. Beach permit은 해변가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그곳에 간단한 캠핑을 할 수 있는 일일사용권이다. $10를 내고 구입하면 자동차 전면유리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의 접착력이 너무 강력하여 자동차 유리에서 잘 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꼼꼼히 붙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텍사스 걸프 해안가에 있는 바닷물은 뻘이 많아 색깔이 누렇다. 그래서 Crystal Beach라는 이름이 조금 무색하다. 하지만 무더운 텍사스 여름 날씨에 넓게 펼쳐진 바닷가을 보니 내 기분이 크리스탈처럼 상쾌해지는 것 같다. 이래서 Crystal Beach라고 부르나?
이 곳 해변가에서 그늘진 곳을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 스포츠+아웃도어(Academy Sports + Outdoor)에서 12' X 12' canopies tent를 $100가 약간 못미치는 가격에 구입했다. 해안가에 차를 주차하고 텐트를 설치한 후 아이스박스에 발을 걸치고 앉으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이 확 트인다. 평일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인들이었고 가끔씩 트럼프를 지지하는 플래카드 또는 깃발들을 단 차량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간혹 픽업트럭을 탄 짓궂은 백인 청년들이 미국성조기와 트럼프 지지 깃발을 흔들다우리 가족을 보고 경적을 울려대며 지나가곤 했다.
어떤 메세지를 던지려고 그랬는지 모르나 잠시 불쾌한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철없는 기존 거주인들을 수준있게 상대하는 것은 이민자의 몫이거늘...
집에서 싸온 초밥으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했다. 아이들이 테일게이트(Tailgate)를 원해서 차량의 트렁크문을 열어서 뒷자리를 눕히고 차 안에 앉아 해안가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더불어 파도소리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섞여 절로 흥을 돋구웠다.
점심식사를 마친후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조개껍질 찾기를 하며 신나게 놀았다. 아빠와 엄마는 미어캣마냥 사주경계 태세에 돌입하여 주변을 경계하면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여름 내내 외출을 자제하면서 쌓아놓았던 에너지를 여기에서 분출하는 마냥 바닷가에 뛰어들어 온몸을 적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약 3 시간여를 보낸 후 늦은 오후가 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해안가에 와서 차량을 주차하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평일 주말을 일찍 시작하고픈 이들이 일을 마치고 몰려드는 것 같았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사회적거리두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해변에는 따로 씻는 장소가 없을 같아 따로 챙겨온 2 gallen 짜리 물통을 이용해 아이들의 손과 발을 간단히 씻겼다. S. Crystal Beach Rd를 통해 해변가에서 Highway 87번으로 나오는 길에 길 왼쪽에 공용화장실 건물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건물외부에 무료로 수영복을 입은채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보였다. 그 곳에서 아이들 몸을 씻기고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혔다. 원래 계획은 집까지 그 상태로 가서 씻기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을 이렇게 씻기니 아이들에게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편안한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반나절 이상 뛰어 논 아이들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넉다운되어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 여행은 오스틴 여행을 가기전 이루어진 것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3월에 시작된 후 처음으로 한 가족동반 외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 같으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에 너무나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즐겨왔던 지난 일상의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