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글쓰기

고슴도치 딜레마

Barram 2022. 2. 8. 06:26
출처: the-hedgehogs-dilemma-refers-to-the-animals - did you know? (didyouknowfacts.com)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저서(Parerga und Paralipomena, Volume II, Chapter XXXI, Section 396)에서 고슴도치와 관련된 우화를 남겼습니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 몇 마리가 모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늘이 서로를 찔러서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슴도치들은 추워서 다시 모이게 되었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고슴도치들은 서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 (Hedgehog's dilemma)"는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우게 되는 한가지 지혜에 대해 알려줍니다. 우리는 필요로 인해 타인과 관계를 맺지만 가시투성이 본성으로 알게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곤 하지요. 그리고 한가지 현명한 처신을 배우게 됩니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면 온기는 적당히 만족되고 서로 가시에 찔릴 일도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처지와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내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것일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담아서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일까요? 불행히도 저는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이 나이가 먹도록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모두는 속세를 살아가는 속물들일지도 모릅니다. 가끔씩 작은 것에 기분이 상하고 마음이 뒤틀리곤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냥 속물들은 아닙니다. 때론 내 꿈을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속물들이기 때문이죠.
영화 '라라랜드 (La La Land)'에서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이 미아 (엠마 스톤)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가보는거지.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


번역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라는 단순한 영어 표현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잘 표현한 문구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대로 가보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외로움과 상처는 모두 나의 몫이 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