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막김치 담그기
- 재료: 배추 6포기, 천일염 3컵, 쪽파 2 - 3단, 무 반개 채 썬 거, 다진 양념
- 다진 양념 재료: 양파 1개, 배 1개, 사과 1개, 홍고추 8-10개, 마늘 12 - 15개, 생강 20g, 멸치/다시마 우린 육수 1컵, 멸치액젓 3 큰술, 새우젓 3 큰술, 설탕 2 큰술, 찬밥 4큰술, 김장용 굵은 고춧가루 1컵 - 1 1/3컵
"어렸을 때 어머님이 김치 담그는 것을 보면서 자기가 스스로 김장할 것이란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
와이프가 김치 담그는 나를 보며 던진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Nope"였다.
어렸을 때 내가 본 김장은 그저 어머니가 큰 맘먹으시고 날 잡아서 부엌과 베란다에서 하는 큰 이벤트였다. 가끔 아버지가 마늘 까는 것이나 고추 가는 것을 도와주시곤 했지만 주로 어머니가 대부분의 일을 하셨다. 당연히 어릴 적 나는 김장이 어머니만 할 수 있는 일로 여겼었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김치 먹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먹을 때만큼은 여전히 김치 맛을 따지며 먹었다. 한인마트에서 김치를 사서 먹어보았는데 도무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결국 3년 전부터 요리 방송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어머니에게 경험 조언도 받아서 직접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수 투성이었는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여 3번째 시도에는 제법 내가 원했던 김치 맛이 나기 시작했다. 와이프와 딸아이가 신김치 대신 막 담근 김치를 좋아하는지라 3년 동안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김치 3-4 포기를 막김치로 담갔다. 이번 달에는 아는 지인분들에게 김치를 나누어드리고자 6포기를 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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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배추의 밑동을 제거하고 배춧잎을 먹기 좋은 크기 (4-5cm)로 썰어준다.
일단 구입한 배추의 밑동을 제거하고 배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처음에는 배추를 4-5cm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주고 소금에 절였었는데 최근에는 작게 자르지 않고 밑동을 제거한 상태에서 각각 분리되는 배춧잎들을 그대로 절여주고 있다. 이것은 각각 김치 담그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Step 2: 썰어둔 배춧잎에 물기가 묻도록 흐르는 물에 헹구어준다.
Step 3: 배추 1포기 당 천일염 1/2컵 정도를 넣어 버무린 뒤 2 ~ 3시간 정도 절인다.
배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 후 흐르는 물에 씻어준 다음 소금을 넣어 절여주는데 배추 1포기당 약 천일염 1/2컵 ~ 1컵 정도를 넣어 절여준다. 사용하는 첨일염양은 배추의 크기에 따라 조절해주면 된다. 나는 주로 적당한 크기로 썰어진 배춧잎을 김치보관통에 넣은 다음 천일염을 넣어주고 뚜껑을 닫고 위 아래 좌우로 흔들어준다. 김치보관통은 뚜껑을 닫아 고정시키면 밀봉이 되어 통을 흔들거나 뒤집어도 물이 절대로 새지 않는다. 이렇게 약 2 -3 분동안 흔들어주면 소금이 골고루 섞여져 숨이 약간 죽은 배추잎들이 나오게 된다. 절여진 배추잎을 큰 대야로 옮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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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김장백을 처음으로 구입하였다.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서 물이 나오면서 봉지에서 물이 새어 부엌 바닥이 소금 물바다가 되었기 때문이다. 글쎄 내가 김장백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김장백은 막김치를 담그는데 유용하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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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막김치는 배춧잎을 썰어서 소금에 절이는지라 약 2-3 시간 정도만 절이면 충분하다. 연한 오이나 얼갈이배추는 소금물에 절이는 것이 좋지만 두께가 있는 배추는 천일염과 같은 굵은소금에 절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Step 4: 김치 다진 양념을 만들어준다. 믹서기에 홍고추 8 - 10개, 양파 1개, 배 1개, 사과 1개, 마늘 12 ~ 15개, 생강 20g, 멸치/다시다 육수 1컵, 설탕 2큰술, 새우젓 3큰술, 멸치 액젓 3큰술, 찬밥 4큰술을 넣고 곱게 갈아준다.
배춧잎이 절여지는 동안 김치 다진 양념을 준비해준다. 멸치/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여서 다진 양념에 넣을 육수를 만들어 준다. 보통 마트에서 구입한 멸치/다시마 팩을 넣고 끓여준다. 그것이 없다면 국물용 멸치 10개와 다시마 손바닥 1/4 크기 정도를 준비하여 500 ml 물에 넣고 중 약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강불로 약 5분 끓인 다음 꺼주면 된다. 육수는 약 1컵 정도 준비하여 차게 식혀준다. 또한 밥 4 큰술 정도를 준비하여 차게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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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단 맛을 위해서 잘 익은 한국배 1개를 잘게 썰어준다. 또 새콤한 맛을 위해 후지 사과 1개역시 잘 썰어준다. 양파 1개와 마늘 13~14개 정도를 썰어서 과일과 더불어 같이 믹서기에 넣어주었다. 양파는 특유의 개운한 맛과 더불어 단맛과 매운맛을 주고 마늘은 담백한 맛을 준다. 짭짜름하고 고소한 맛을 위해 새우젓 3 ~ 4 큰술과 멸치액젓 3 ~ 4 큰술을 믹서기에 넣어준다.
싱싱한 홍고추 8개 정도를 잘라서 고추씨를 제거한다. 물론 나중에 김장용 고춧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은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지만 홍고추를 잘라서 믹서기에 같이 갈아주면 김치에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와이프와 딸아이가 아직은 눈물 나는 고추맛을 싫어하는지라 고추씨를 철저히 제거한 다음 잘게 잘라서 믹서기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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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만들어놓았던 멸치/다시마 육수 1컵과 찬 밥 4큰술을 믹서기에 넣고 마지막으로 설탕 2큰술과 생강 20g을 추가해주었다. 이제 믹서기로 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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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재료가 많다 보니 처음에는 잘 갈리지 않는다. 믹서기를 잘 흔들어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래부터 조심히 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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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스무디가 될 때까지 2~3번 정도로 갈아준다. 조금씩 김치 다진 양념 같은 냄새가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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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5: 갈아낸 양념에 고춧가루 1 ~ 1 1/3컵을 섞어 김치 다진 양념을 만들어준다.
개인 취향에 따라서 1컵 ~ 1 1/3컵 정도의 김장용 굵은 고춧가루를 믹서기로 갈아준 재료들에 넣어준다. 주걱으로 잘 저어주면서 굵은 고춧가루가 물기를 흡수해 걸쭉한 김치다진 양념이 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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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양념이 충분히 걸쭉해지면 냉장고에 1 ~ 2시간 정도 숙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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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6: 절인 배추가 숨이 죽으면 물에 다시 깨끗이 헹거 준 후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배추가 소금에 잘 절여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배춧잎의 굵은 줄기 쪽을 손가락으로 구부려보아서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말랑말랑해지면 잘 절여진 것이다. 보통 1~2시간 정도면 이 상태가 되는데 그렇지 않다면 1시간 정도 더 절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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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죽은 절인 배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어 준다. 절인 배춧잎을 먹어보고 너무 짜다 싶으면 여기에서 물로 여러 번 씻어주어 짠맛을 빼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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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깨끗이 씻어준 절인 배추를 채반에 밭치어 약 1 ~ 2시간 정도 물기를 빼준다. 너무 오랫동안 물기를 빼주면 배추의 단맛이 다 빠져나가버리므로 1시간 내외로 물기를 빼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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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7: 쪽파 10 ~ 12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고 무 반개를 얇게 채 썰어준다.
쪽파 10 ~ 12개를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로 잘라준다. 무 반개는 슬라이서 (slicer)를 이용해 얇게 썰어준 다음 채 썰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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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8: 절인 배추, 채 썬 무우, 파에 김치양념을 넣어 잘 버무려준다.
1시간 동안 물기를 뺀 절인 배추에 채썬 무와 파를 넣어서 잘 섞어준다. 김치 다진 양념을 한국자씩 넣어주면서 같이 버무리기 시작한다. 색깔 농도를 보면서 버무려주다가 간을 봐준다. 만일 너무 짜다 싶으면 배추와 야채들을 더 넣어주고 단 게 부족하다 싶으면 설탕 또는 꿀 등을 넣어준다. 좀 더 짭 자름하게 만들고 싶으면 멸치액젓을 추가로 넣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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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무려진 김치 맛을 보니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같다. 와이프는 조금 짜지 않냐고 하지만 어차피 밥에 먹을 거 이 정도 짭짜름한 맛은 괜찮을 듯싶었다. 오후에 시작한 막김치 담그기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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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을 김치 큰 병 두 개와 지인들에게 줄 3개 조그만 병으로 오늘 막김치 만들기는 완성되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앞으로 두 달 정도는 김치 걱정 없이 살 수 있기에, 그리고 지인들에게 막 담근 맛깔난 김치를 줄 수 있기에 가슴이 뿌듯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