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21 자동차 여행 Day 8, 9 & 10: 귀로 (歸路)

Barram 2021. 7. 18. 00:07

자동차 여행 Day 8:

뉴멕시코와 콜로라도에서 기나긴 자동차여행을 마치고 귀로(歸路)에 나선다. 덴버를 떠나 25번 도로를 타고 콜로라도 스프링이 있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오늘 일정은 콜로라도 덴버에서 텍사스 북서쪽에 있는 아마릴로 (Amarillo)로 가는 것이다. 약 6시간 30분에 달하는 운전거리이며 도중에 콜로라도 스프링에서 방문하지 못했던 브로드무어 7개 폭포 (The Broadmoor Seven Falls)와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 주거지 (Manitou Cliff Dwellings)를 방문할 계획이다.

https://goo.gl/maps/WYsnpfqGBMSFLVG86

 

그랑 하얏트 덴버 to Hyatt Place Amarillo -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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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무어 7개 폭포 입장소를 먼저 방문했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입장소에서 줄을 선 다음 버스를 타고 폭포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그 곳에서도 보내야할 시간을 계산해보니 오늘 일정에 큰 차질이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브로드무어 7개 폭포 구경을 포기하고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 주거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 주거지: Manitou Cliff Dwellings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 주거지: Manitou Cliff Dwellings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 주거지 (Manitou Cliff Dwellings)는 콜로라도 스프링 (Colorado Springs)시의 서쪽,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고대 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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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 좋은 시간을 보낸 매니토우 인디언 암굴주거지를 떠나 남쪽으로 향한다.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주 경계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25번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에서 87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계속 달렸다. 초록색 산속을 벗어나 푸르른 평원이 펼쳐지고 곧이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초원 속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 텍사스가 가까워오는구나~라는 기분을 던져주는 풍경이다. 

텍사스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후 4시경 텍사스주에 들어섰다. 아직도 길이 먼데 내 마음만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듯한 기분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텍사스는 이제 나에게도 편안함을 안겨주는 고향 아닌 고향이 되어버렸다.

오후 6시가 훨씬 넘어서 아마릴로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아마릴로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도시였다. 텍사스 북서쪽 끝단에 위치한 도시답게 통행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흔치 않은 동양인 방문에 눈을 흘깃흘깃하는 백인과 히스패닉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뭐 나만의 좁은 생각일 수도 있으려니 하고 그냥 넘어간다. 장시간 운전으로 모두 피곤해보여서 호텔방에서 아이들에게 짜파게티를 해주고 아내와 나는 라면으로 대충 저녁을 때웠다. 비록 인스턴트음식이지만 아이들은 여행 중에 만들어주는 짜파게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좋아한다.

자동차 여행 Day 9:

자동차 여행 9일차, 보통때와는 다르게 아침 8시까지 늦잠을 잤다. 그동안 쌓은 여독때문인지 새벽 5시에 잠을 깨고 다시 눈을 붙인후 일어나 시계를 보니 8시가 훌쩍 넘어있다. 아... 아니지 아마릴로는 마운틴 시간이 아닌 중부시간이므로 1시간이 빠르다. 어제 타임존을 넘어갔는데 어제까지는 아침 7시였던 것이 오늘 아침 8시가 되었다. 그렇게 보니 늦잠을 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일정은 아마릴로 부근에 있는 캐딜락 농장 (Cadillac Ranch)에 가서 폐차된 캐딜락 자동차에 그래피티 (graffiti)해놓은 것을 감상한 후 287번 도로 남동쪽으로 내려가서 댈러스 프리스코 (Dallas Frisco)에 사는 친구가족과 저녁을 같이 한 후 숙소로 가는 것이다.

https://goo.gl/maps/w3DCfxFxZJ9B5JX17

 

Hyatt Place Amarillo - West to Hyatt Regency Frisco - Dal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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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나선후 40번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 동쪽으로 약 5분여를 가면 넓게 펼쳐진 초원 한가운데 자동차 앞부분이 땅바닥에 쳐박혀 있는 10대의 캐딜락 자동차들이 보인다.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로 칠해진 자동차는 1949년 클럽 세단(Club Sedan) 부터 시작해서 1963년식 세단 데 빌 (Sedan de Ville)까지 그 차종이 다양하다. 

캐딜락 조형물 (Cadillac Ranch)

1974년 아마릴로 출신 억만장자였던 스탠리 마알쉬 3세 (Stanley Marsh 3)는 그의 고향을 알릴 수 있는 획기적인 공공 전시물을 만들고 싶어했다. 아마도 그 양반은 보수적인 지역주민들에게 약간 반항아 기질이 있었던 듯 싶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히피스타일의 예술가을 데려와 지역주민을 어리둥절하게 할 전시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히피 예술가들은 10대의 캐딜락 자동차를 일렬로 정렬시킨 후 차머리를 땅바닥에 꽂아 10개의 비석이 비스듬이 서있는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페인트 스프레이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그래피티를 선보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40번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이 전시물을 보고 잠시 멈춰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 부품을 떼가기도 했다. 결국 30여년이 지나면서 관람객들이 직접 페인트 스프레이로 캐딜락 자동차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어떤이는 보드 마커로, 어떤 이는 매직으로, 그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이 예술품은 또다른 차원의 대중 예술을 선보이게 된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페인트 스프레이를 자신만의 캐딜락 예술을 창조하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혹시나 페인트 스프레이가 자신들에게 흩날리까봐 거리를 두고 조망했다. 캐딜락 조형물 옆에서는 페인트 스프레이를 파는 트럭과 간단한 음료 및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 트럭이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예술 표현을 한후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그들의 창조물을 유유히 감상하기 때문일까? 멀리서 조망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그들의 심리와 욕구를 이해해보려 애써본다.

그렇게 간단히 캐딜락 조형물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차를 타고 댈러스로 향한다. 점심 식사를 위해 맥도널드와 타코스 드라이브 스루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5시간여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댈러스에 도착했다. 그렇게 운전한 나도, 화장실 한번 가겠다고 말하지 않은 아내와 아이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4시경 댈러스에 도착하여 친구 가족과 한국 BBQ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과 맥주, 소주에 취기가 오르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동차 여행 Day 10:

전날 저녁식사할 때 친구 딸이 피켜 스케이팅 대회 경연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응원차 경기장을 찾았다. 미국 여러 곳에서 모여든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 쇼를 보더니 첫째 딸아이가 자신도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고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힘껏 쳐준 후 친구 가족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피곤했다. 길이 많이 막혀서 그런지 집중력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갑자기 멈춰서버리는 바람에 경미한 접촉사고가 있을 뻔 했다. 다행히도 순간의 순발력으로 대처해 사고를 피했지만 10일 동안 자동차 여행 안전운전 기록이 깨질뻔한 찰나였다.

10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화단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마치 오랜만에 돌아온 집주인을 환영해주는 것처럼, 10일간의 자동차 여행 기억을 꽃단장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했던 장기간의 자동차 여행이 사고없이 잘 마무리된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펼쳐질 또다른 여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