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행] 2020년 겨울 오스틴 여행

Barram 2020. 12. 29. 15:01

딸아이의 4학년 첫 번째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낸 후 올해 2번째로 오스틴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지난 여름에는 오스틴 다운타운 지역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면 이번 겨울에는 오스틴 외곽 지역에 있는 리조트에서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휴스턴에서 오스틴으로 향하는 71번 도로상에 위치한 햐얏트 리젼시 로스트 파인즈 리조트(Hyatt Regency Lost Pines Resort)에 2박 3일 일정으로 예약을 했다. 이 리조트는 오스틴시에 약 40여분 떨어진 위치에 있는 곳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물놀이 시설, 자전거, 승마, 골프 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방역수칙이 제법 잘 지켜지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 과감히 예약했다.

 

Family Resort Near Austin | Hyatt Regency Lost Pines Resort & Spa

 

Family Resort Near Austin | Hyatt Regency Lost Pines Resort & Spa

Hyatt Regency Lost Pines Resort & Spa is a family-friendly resort nestled on 400 acres of land along the banks of the Colorado River near Austin, Texas.

www.hyatt.com

오전 11시 쯤 집에서 출발했다. 잠시 한인마트에 들러 간단한 요기거리와 스낵을 산 뒤 10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71번 도로로 들어섰다. 출발 전 미리 눈여겨보았던 텍사스 역사 유적지에 잠시 들러보기로 한다. 71번 도로 부근 라 그레인지(La Grange)라는 타운에는 크라이샤 맥주 주조장 건물터와 힐 기념비 주립 유적지 (Kreische Brewery & Monument Hill State Historic Site)가 있다. 이 곳은 텍사스의 넓은 평지 한복판에 솟아있는 언덕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운전하고 가면서 생각보다 급하고 구불구불한 경사길에 약간 놀랬다. 도착후 소정의 입장료(성인 4불, 어린이 3불)를 내고 공원에 들어선다. 

 

https://goo.gl/maps/eHQREJV77s7fDBA9A

 

크라이으쉐 브루어리 & 모누멘트 힐 스테이트 히스토릭 사이츠 · 414 TX-92 Spur, La Grange, TX 78945 미

★★★★★ · 주립공원

www.google.com

공원 입구에서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힐 기념비 (Monument Hill)이 모습을 보인다. 이 곳은 1840년대 텍사스와 멕시코 간 전쟁에서 희생된 텍사스 군인들의 위령비이다. 1836년 멕시코공화국은 알라모 전투에서 텍사스 수비군을 몰살시키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샌 하시인토 전투(San Jacinto)에서 대패한 후 텍사스에 대한 멕시코 영유권을 포기하는 벨라스코 조약(Treaties of Velasco)을 맺는다. 하지만 이 조약은 전투에서 패배하여 포로로 잡힌 멕시코 공화국 대통령 산타 안나(Antonio López de Santa Anna)가 자신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멕시코 공화국 국회 동의없이 체결한 것이었다. 이는 정부 대 정부의 조약이 아니라는 빌미를 제공하여 1830년대 후반부터 1840년까지 텍사스와 멕시코간 지속적인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다.

이런 연유로 "벨라스코 조약(Treaties of Velasco)"이라는 표현은 현재 국가간 조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전 비공개적으로 합의한 사항을 언급할 때 쓰이기도 한다.

 

힐 기념비 (Monument Hill)

1840년대 텍사스와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양국간의 간헐적인 전투들이 벌어졌는데 이 전투 중 전쟁포로가 된 170여 명의 텍사스 공화국 군인들이 멕시코 수도로 이송되던 중 탈출을 시도하다가 다시 붙잡힌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멕시코 공화국 대통령이었던 산타 안나는 이들 모두를 처형시키라고 명령하지만 일선 지휘관과 멕시코 주지사의 반대로 무산된다. 당시 정부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텍사스 공화국을 대신하여 미연방 정부와 영국 정부가 중재를 나서게되고 포로 석방을 위해 멕시코와 협상하게 된다. 산타 안나는 포로의 10% (17명)를 처형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포로들송환에 동의하게 된다. 처형될 17명 포로를 결정하는 방식은 검은콩과 흰콩이 섞인 단지에서 눈을 가린 포로가 검은 콩을 집게 되면 처형을 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을 검은콩 사건 (Black Bean Incident)라고 부른다. 당시 멕시코는 포로들중 계급이 높은 자들을 처형시키기 위해 검은콩을 단지 속 맨 위에 올려두고 계급이 높은 포로부터 콩을 집게 했다고 한다. 힐 기념비 부근에는 당시 17명의 처형 장면을 그려놓은 그림이 걸려있다.

 

Black Bean Incident, 17명의 텍사스군 포로를 처형하는 멕시코 군인들

운 좋게 흰 콩을 집어 들고 생존한 포로들은 멕시코 시티로 보내진 후 텍사스로 돌아오게 된다. 텍사스와 멕시코는 그 후로도 전투를 계속했는데 1847년 텍사스 군대가 멕시코 북부지역에서 큰 승리를 거두면서 당시 흰콩을 집어 생존했던 장교 1명이 17명이 희생된 장소를 방문하여 희생자들의 유해를 가지고 텍사스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유해를 현재 라 그레인지(La Grange) 타운으로 옮겨와 묘지를 만들면서 기념비를 세우게 된다. 유해를 시멘트실에 단체로 안치한 후 기념식을 하였는데 샘 휴스턴 상원의원을 비롯한 1000여 명이 참석하여 희생된 군인들의 위령을 기렸다고 한다.

딸아이가 무덤이 있는 곳이라며 무섭다고 기념비 부근으로 오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념비 뒤로는 콜로라도 강을 끼고 마을과 평원을 높은 언덕에서 바라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아마도 이러한 풍경을 고려하여 기념비와 무덤을 이 곳에 마련하지 않았나 싶다.

 

기념비 뒤쪽으로 바라보이는 광경

기념비를 지나면 3층으로 된 석조주택이 나온다. 이것은 1860년대 지어진 크라이샤(Kreische) 저택이다. 독립이 된 184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온 많은 이주민들이 텍사스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1849년 독일에서 이주한 하인리히 크라이샤(Heinrich Kreische)는 힐 기념비를 포함해 172 에이커에 달하는 이 곳을 매입하고 텍사스 최초의 맥주 주조장을 만든다.

당시 크라이샤 가족이 거주하는 집을 잘 보존하여 전시하고 있다. 당시 생활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도록 집안 내부를 보여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흥미로웠다.

 

크라이샤 저택 전면

경사가 급한 언덕을 끼고 있는 저택은 전면과 후면의 모습이 다른 분위기를 풍겨준다. 저녁 후면에는 직접 계단을 이용해서 각각의 방안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180여 년 전 텍사스에 이주해온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어릴 적 집에서 미국 서부 영화를 TV로 보았던, 눈에 익숙한 배경이 보인다. 처녀 시절 미국 서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셨다는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님을 이 곳에 모시고 오면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크라이샤 저택 후면

아이들이 오래된 저택 외경과 내부 모습이 신기한지 여기저기 흥미롭게 둘러본다. 둘째 아이는 두번 세번 계란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택내 거실 모습

저택 부근에는 언덕 아래 맥주 주조장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있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길을 따라가며 숲 속의 내음을 마셔본다. 아이들도 강아지 마냥 여기저기를 킁킁거리며 같이 내음을 맡아본다.

 

맥주주조장 전망대로 가는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맥주 주조장은 오래된 석조건물 터였다. 멀리서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어 경사가 급한 언덕길을 통해 내려보기로 했다. 길이 험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직접 내려가 보니 아이들과 가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맥주 주조장 터

조심조심 언덕길을 내려오니 맥주 주조장 터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맥주 주조장 터

크라이샤는 이 곳에 3층으로 된 주조장을 이 곳에 있는 돌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주조장을 운영하면서 인근에 사격장과 댄스 클럽을 만들어서 축제를 열곤 했는데 아마도 맥주를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주조장을 운영하면서 번 돈으로 마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그런 축제를 열었는지도 모른다.

생각보다는 볼 것이 많았던 크랴이샤 주조장과 힐 기념비를 뒤로 하고 오스틴으로 다시 향한다. 배스트롭(Bastrop) 타운을 지나서 10여분을 가니 오른쪽에서 리조트 입구가 보인다.

 

리조트 입구

71번 도로에서 리조트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약 5~6분을 운전하고 들어가 게이트를 통과하고 다시 5~6분 정도 도로를 운전하고 들어가면 리조트 건물이 나온다.

 

리조트에서의 첫날밤

간단히 여장을 풀고 한인마트에서 사 온 김밥과 라면으로 호텔방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리조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강물처럼 구불구불하게 된 레이지 리버(Lazy river), 모닥불과 놀이시설들을 확인했다. 일정표를 보니 마시멜로 (미국에서는 S'more라고 한다)를 모닥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커다란 모닥불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시멜로를 구운 다음 음 초콜릿과 함께 말랑말랑해진 마시멜로를 비스킷에 넣어 먹는다. 아이들도 마시멜로를 모닥불에 살살 굽는 것을 재미있어하며 달달한 미소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침에 본 리조트 풍경

아침 7시 30분 일찍 기상했다. 첫째 아이가 승마를 하고 싶어해서 지난 밤에 리조트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려했는데 예약할 수 있는 시간 아침 8시뿐이었다. 가격이 조금 비싸서 아이들만 말에 태우기로 하고 리조트 입구에 있는 말목장으로 향한다.

 

말목장에 도착하여 승마를 하는 아이들

말목장에는 약 10여 명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리조트 부근 지역을 탐방하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할아버지부터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까지 대가족이 말을 타고 나서는 모습은 전형적인 미국가족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듯 하다.

사람들이 떠난 후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말 두마리가 남겨진다. 한마리는 갈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무늬 말로 그다지 큰 말은 아니다. 그 말은 첫째 아이 차지가 되었다. 또 한마리는 자그마한 망아지인데 4살 둘째 아이에 딱 어울리는 크기였다. 아이들은 카우보이모자 장식의 안전모를 쓰고 자신들이 탈 말을 보며 기대감에 가득 찬다. 우리는 카우보이모자 장식의 안전모를 쓴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계속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댄다. 아이들이 말에 올라타고 목장 주위를 돌기 시작한다. 아이가 탄 말 한마리에 2명의 안전요원이 붙어 한명은 말을, 다른 한명은 아이 옆에 붙어 감독한다. 아이 2명, 말 2마리였으니 총 4명의 안전요원이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아이들은 말똥냄새를 맡고 말숨소리를 듣고 말갈기를 손으로 느끼며 승마를 즐긴다. 모두가 즐거운 모습이다. 그 모습에 나도 아내도 가득한 미소를 지어본다. 

아침일찍 일정을 시작한 우리는 하루종일 리조트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자전거를 타고 리조트 안을 돌아다니고,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고, 레이지리버에서 물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 늦게 근처에 있는 자동차 레이싱 필드인 서킷 오브 아메리카스 (Circuit of Americas)에서 라이트쇼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예약을 했다. 

 

Home of the World Championships | Circuit of The Americas

 

Home of the World Championships | Circuit of The Americas

The ultimate destination for racing and entertainment. Home to Formula 1, MotoGP, INDYCAR, Germania Insurance Amphitheater, COTA Karting, Austin Bold FC, and more.

circuitoftheamericas.com

어둑어둑해질 무렵인 오후 5시 30분 서킷 오브 아메리카스에 가니 벌써부터 많은 차들이 라이트쇼 관람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 휴스턴에서 보았던 라이트 파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을 천천히 운전하며 드라이브 스루 (Drivethru) 형태로 라이트쇼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아래 휴스턴 라이트 파크 경험담을 쓴 글을 링크로 연결했다.

 

휴스턴 라이트 파크 (The Light Park at Houston) (tistory.com)

 

휴스턴 라이트 파크 (The Light Park at Houston)

매년 연말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갤버스턴 무디 공원에서 열리는 라이트 페스티벌 (Moody Garden's Festival of Light)에 가곤 했다. 올해도 그 행사는 어김없이 열리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릴 수 있는 곳에

barram.tistory.com

서킷 오브 아메리카스 라이트쇼 (Circuit of the Americas)

서킷오브 아메리카스는 휴스턴 라이트파크에 비해 그 길이가 길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기다리는 시간이 약 30여분 정도였을까? 휴스턴 라이트 파크를 겪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놀랬다. 생각보다 남아버린 시간, 다시 리조트로 돌아가 아이들과 모닥불에서 마시멜로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프랜클린 바베큐 (Franklin Barbecue)

오스틴에서의 마지막날 점심은 미국내 최고의 바베큐라고 평가를 받은 프랭클린 바베큐로 선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문은 픽업 주문만 가능했는데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고 하루 또는 이틀전에 주문예약을 한 뒤 주차장에서 픽업을 해야한다. 

이 곳이 미국 전대통령 오바마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유명한 쇼호스트이자 코미디언인 지미 킴멜 (Jimmy Kimmel)과 얼마전 타개한 음식요리 및 연구가인 앤써니 보어데인(Anthony Bourdain)이 직접 와서 음식을 먹고 극찬을 한 곳이라고 하니 기대가 컸다.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브리스킷 (brisket, 우리나라로 치면 소 가슴살, 양지머리 부분), 갈비(rib) 그리고 소세지 (sauage)를 시켰는데 글쎄 나는 바베큐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른 바베큐 음식점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양은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것은 집으로 싸와야 했다. 

 

Home - Franklin Barbecue (franklinbbq.com)

 

Home - Franklin Barbecue | Austin, Texas

Damn fine barbecue. Worth the wait.

franklinbbq.com

오스틴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것 하나씩을 더 탐방하고 가는 것 같다. 텍사스는 다른 주에 비해 볼 것이나 놀 것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하는데 잘 찾아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텍사스 역사와 더불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다음에 오스틴을 올 때는 또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할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