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페코스 국립 역사 공원: Pecos National Historical Park 본문
산타페에서 25번 인터스테이트 (Interstate) 고속도로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다 보면 페코스 국립 역사 공원(Pecos 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빠지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조그만 시골 도로길로 들어서면 숲이 우거진 포장도로가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조그만 시골타운을 지나 페코스 국립역사 공원 게이트에 들어섰다.

사람의 출입이 많지 않은 듯 공원으로 향하는 도로는 매우 한산하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확인하기로는 이 곳에 오래된 인디언 유적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일단 방문자 센터로 가서 좀더 세세한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방문자 센터 건물 앞에는 국립 공원 가이드 한 분이 계셨는데 백발의 백인 남자분이다. 몸이 꽤 마르고 안경을 썼는데 내가 하는 질문에 사뭇 진지하게 듣고 페코스 국립 역사 공원에 대한 기본설명을 천천히 이야기 해주신다. 내 아이들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색칠하고 놀 수 있는 크레용과 페코스에 관련된 그림 용지를 주셨다.
가이드분은 페코스 인디언 교회 유적지는 방문자 센터 건물에서 약 1마일 정도 언덕 오르막을 올라가면 볼 수 있으며 자동차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곳에 가기전 방문자 센터 건물 내에서 있는 역사 박물관을 먼저 구경하고 갈 것을 강력히 추천했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를 표하고 방문자 센터 건물을 들어가 스페인 정복자와 그에 대항했던 인디언들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우리를 반긴다.

방문자 센터 박물관에는 연대별로 페코스 지역 인디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페코스는 콜로라도 록키 산맥 동쪽에 위치한 대평원 (the Great Plain)과 리오그란데 계곡 (Rio Grande Valley)사이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때문에 수천년동안 교통의 요지로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게 되는 곳이었다.
12,000 ~ 7,500년 전에는 팔레오 인디언 (Paleo-Indian)이 주로 맘모스 (Mammoths), 들소 (giant bison)들을 사냥하며 살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언급되었듯이, 인간의 아메리카 대륙이주는 그러한 거대 동물들의 멸종이유가 되기도 했다.

7,500년 전부터 인디언들은 수렵 채집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냥 및 과일/식물 채집을 가능한 지역으로 거주지역을 이동하며 활동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기원후 800년 경 인디언들이 옥수수를 경작하기 시작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점토를 이용하여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것은 반지하 형식의 피트하우스 (pithouse)라고 불렀는데 페코스 거주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약 기원후 1,100 ~ 1300년 전후로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 인디언들은 반지하 형식의 피트하우스에서 지상에서 점토를 이용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약 2,000 여명의 인디언이 거주하며 5층 높이의 건물 단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 남서부지방에서 거주하는 푸에블로(Pueblo) 인디언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자신만의 예술과 의식을 갖추어가며 푸에블로 인디언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콜로라도 록키 산맥 동쪽의 대평원에 거주한 아파치 인디언들과 교역을 하기도 했으며 그 대상은 버팔로 가족, 고기, 공예품 등 다양한 종류의 물품을 교환하였다. 교통요충지에 있던 탓에 여러 인디언 부족과 접촉이 있었는데 어떤 부족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떤 부족과는 적대적인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1541년 식민지 영토를 북쪽으로 확장하려는 스페인 제국이 페코스에 들어서게 된다. 이들은 초기 인디언들 사이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황금과 보물이 가득한 7개의 도시를 찾고 있었다. 페코스의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스페인 군대에게 이들 도시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들의 군락지 부근에 숙영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 후 스페인 군대의 몇차례 탐사가 이어졌고 결국 페코스는 스페인 군대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오랜 고향, 찬란한 문화를 가졌던 페코스는 이렇게 허망하게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가 통치하던 시절, 일본은 조선에 총독을 파견하여 조선백성을 통치하고 이에 대한 세금, 사법, 군대 등에 대한 모든 것이 일본 황제 하에서 통제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은 뉴멕시코 지역에 총독을 파견하고 산타페 지역에 주지사 건물을 세운 뒤 페코스 지역의 조세, 사법, 군사권을 스페인 황제 하에 통제하며 히스패닉 개척민들의 모든 생활을 관리하게 되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경우, 그들 스스로 부족장을 뽑아 부족은 운영하는 자치권을 인정해주되, 부족장은 총독에게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식민지 통치와 수탈의 노하우는 이렇게 스페인 제국에서 기원하여 발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알게모르게 푸에블로 인디언들에 대한 동정감과 더불어 동지의식이 가슴속에서 밀려 올라온다.

샌안토니오 미션과 마찬가지로 프랜시스컨 선교사들이 뉴멕시코로 건너오며 미션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텍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푸에블로 인디언들을 카톨릭으로 개종시키고 인디언들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스페인 제국의 충실한 노예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1625년 페코스에 교회터로 남아있는 자리에 미션 건물을 세우게 된다.
1680년 8월 10일,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스페인 제국주의 약탈과 압제에 맞서 대봉기 (Pueblo Revolt)를 일으킨다. 스페인 제국주의 침탈 속에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가뭄, 전염병, 기근 등으로 생활은 더욱더 궁핍해졌다. 인디언 부족 전통을 무시하고 카톨릭 개종을 강요하는 미션 프로그램에 반발하는 인디언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조직적인 봉기로 이어졌다. 푸에블로 봉기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으며 1692년 스페인 군대가 다시 재점령할때까지 독립을 유지하게 된다. 스페인 군대가 재점령한 후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점점 쇠락해지며 그 세력이 현저히 줄어들어 현재는 멸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어찌보면 나라이고 부족이고 민족이건 그것은 모두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울타리일 뿐인데, 그 울타리가 없어진 민족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참으로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방문자센터에 있는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페코스 미션 건물 유적지가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유적지에는 고대 유물 발굴 및 건물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이 남아있는 건물 터는 1692년 스페인 군대가 페코스를 재침략하여 점령한 후 다시 세운 미션 건물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습이다.

오래된 점토 건물 사이로 강렬한 햇빛이 내리쬔다. 거대한 건물 기둥터 안에는 그러한 햇볕에 그늘져 어두어진 건물 내벽이 보인다. 이 건물에서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패배의식과 더불어 부족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의미없는 눈빛으로 십자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신의 가르침보다는 앞으로 닥쳐올 험난한 길과 잃어버린 존재의 무력감이 더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이 유적지에서 그들의 고뇌에 나를 적셔본다.

넓직한 미션 건물 터 내에 발자국 소리들이 메아리쳐 다가온다.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그 발자국 소리는 선명하게 내 귓가를 울린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건물 틈새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나는 바람소리도, 그 적막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

이른 여름 아침 바람이 조금 후덥지근하지만 건물 그늘내에 있으면 서늘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조그마한 방터를 돌아다니며 보물찾기 하듯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한다.

딸아이는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며 오래전 이 곳은 어떤 모습이었나를 상상해보는 듯 하다. 이 방은 전망이 좋다며 이 곳은 아마 수도사들 침실이 아니었나 하는 재밌는 상상을 나에게 이야기한다.

삶의 당사자에게는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든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대상이요 그 나름속의 상상 속에서 아이들만의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만들어지는 듯 하다.


미션 건물 유적지 구경을 마치고 가족 모두와 함께 안내판을 읽어본다. 안내판에는 푸에블로 인디어의 봉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다. 적어도 이 순간 만큼 모든 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안내판을 일어보며 당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어린 둘째도 그 분위기를 이해했는지 조용히 그리고 나즈막히 푸에블로의 흔적이 담긴 그림을 지켜본다.

푸에블로 인디언 삶과 역사의 흔적을 뒤로 한채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당시 푸에블로 인디언의 정처없는, 목적지 없는 방랑생활을 생각해보며, 적어도 우리에게는 다음 목적지가 있음에 감사해하며,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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