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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잘 못알아 듣는 사람이 드리는 글

Barram 2021. 7. 3. 01:39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9675668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

살면서 이런 말 몇 번은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지인들에게, 직장상사에게,  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살면서 이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둔해서, 또는 내가 다른 사람들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라서, 아니면 주의가 산만하거나 머리가 딸려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라는 표현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의미는 내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바로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데 왜 너만 이해를 못하냐라는 것이다. 내 메시지를 이해 못하는 네가 바보라는 의미다. 참으로 대담한 메시지다. 세상에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대통령 국민담화문 하나 만드는데 여러 사람이 달라 붙어 작업을 하는데도 발표 후 언론에서 해석하는 것은 제각각이다. 하물며 개인 대 개인 의사소통을 하면서 상대방이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이 메세지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초(?)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으리라고 본다. 아니 없기를 바란다. 

두 번째 의미는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의 관계이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하든 듣는 너의 입장에서 알아서 이해하라는 고압적인 자세다.  이것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내려 온 악습 중의 하나이다. 윗사람이 개떡같이 말해도 아랫것이 찰떡 같이 알아먹어야 한다는, 조선시대 양반이 상것을 대하는 전형적인 태도중 하나이다. 슬프게도 왜 이렇게 말길을 못알아 듣냐는 역정은 대부분 이 케이스에 속하는 것 같다. 

물론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라 감정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을 달리 생각하면 상대방은 당신을 동등한 관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가지든 말든 난 내 말만 하겠다는 독선의 표현일 수도 있다. 

불평등하고도 불쾌한 의미를 내포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 것을 종종 본다. 왜 그럴까? 나이와 계층으로 관계를 규정해버리는 한국의 문화적인 요소때문일까? 한국에서 생활할 때 겪었던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내가 나이를 더 먹어서 나이어린 네가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한다" , " 내가 직급이 높으니 직급 낮은 당신이 알아서 들어야 한다" , 심지어는 "너와 나의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이러는 거다"라는 말들이 기억 너머 해안선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러한 메세지는 결국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데 주저해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게 되는 사회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나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이 듣는 사람보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90%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학생이 수업내용을 이해하지못하면 가르치는 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를 가지고 학생을 윽박지른다면 학생에 대한 공감능력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상사가 아랫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그 상사의 업무 능력과 리더쉽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하물며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지인은 당신을 동등한 관계로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You can ask me same question 100 times. I will try to find 100 different ways to make you understand."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단 한 번에 상대방을 100% 이해시킬 수 있는 완벽한 커뮤니케이터가 아님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과 나의 관계가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임을 알려주는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더 이상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적어도 상대방과 내 자신을 다같이 존중하고 싶다면.

만일 당신이 이 말을 상대방에게 들었다면 이젠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자. 그 거만함에, 그 꼰대같은 정신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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