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낙뢰 본문
지난 화요일 밤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비가 세차게 내렸었다. 아이들을 재운 후 밤 10시 경 책을 읽고 있는데 집안에서 마치 총이 발사된 것 같은, 콰광! 하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고 둘째가 놀래서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집 부근에 낙뢰가 떨어진 모양이라 생각했는데 소리치곤 그 강도가 너무도 컸다.
순간 낙뢰가 차고 쪽에 있는 케이블 박스를 때렸나 보다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차고에 가서 불을 켜려 하는데 켜지지 않는다. 차고로 연결된 세탁실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인터넷 케이블박스를 확인해보았다. 파워케이블은 연결되어있는데 전원이 꺼져있었다. 때문에 집에서는 인터넷 서비스가 전혀 되지 않았다.
비가 계속 세차게 내리고 천둥번개가 간간히 들려왔지만 우비를 쓰고 집밖으로 나가 혹시 모를 피해상태를 확인했다. 차고와 세탁실과 인접한 곳에는 에어컨디셔너 콘덴서 (Air Conditioner Condensing Unit)이 위치해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집 밖에서 무슨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낙뢰로 인한 화재가 없고 집 안으로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날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일찍 전기기술자를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고 피해상태를 확인했다. 우선 전원차단기 (cirbuit breaker or fusebox)는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차고에 있는 GFCI 콘센트(Electrical Outlets)가 파손되어 차고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전기기술자가 GFCI 콘센트를 교체하니 차고에 불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콘센트에 연결되었던 스프링클러 시스템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낙뢰 영향으로 기기 전원기판이 망가진 모양이다. 망가진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오래된 구형이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설치할려고 생각해온지라 망설임 없이 아마존에서 새 스프링클러 기계를 주문했다.
전기기술자가 떠난후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컴캐스트 (Comcast)에 연락하여 인터넷 라우터가 작동하지 않음을 알리고 수리기사 방문을 요청했다. 항상 그렇지만 미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시간동안 회사에 전화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이틀간의 임시휴가를 신청했다. 1시간의 기다림 끝에 상담원과 통화한 후 이틀 뒤 수리기사가 방문하여 집 부근 인터넷 케이블 체크 및 인터넷 라우터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낙뢰 피해를 받은 전자기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손님방에 있던 LED TV, 스탠드 조명 전등 2개, 유선인터넷 연결을 위해 집안에 설치해놓은 네트워크 스위치 (Network Switch) 3개, 한국 및 아시아방송을 보는데 쓰는 TV 박스의 기판이 낙뢰때문에 박살이 났다. 그리고... 3개월전에 큰 맘 먹고 산 안마의자 모터까지 낙뢰때문에 손상된 것을 확인했을때는 내 입에서는 신음소리 비슷한 비명이 나왔다. 일단 안마의자 회사의 무상보증 기간이 아직 유효했기 때문에 소비자센터에 전화해서 부품교체 및 수리기사 출장을 요청했다.
낙뢰사고 이후 여러 전자장비에 대한 피해복구에만 3~4일이 소요되었다. 베스트바이(Bestbuy)에 가서 네트워크 스위치와 새 TV를 구입하고 조명가게에서 파손된 스탠드 조명을 대체할 기기를 구매했다. 약 800달러의 돈을 소비했다.
낙뢰 사고 3일 뒤 아마존에서 주문한 스마트 스프링클러 박스가 도착했다. 12개 구역을 설정할 수 있고 (12 zone) 인터넷에 연결되어 일기예보에 따라 자동으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주는 기기였다.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하고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113달러) 경쟁제품이 150~170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은 기기라고 생각해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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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설치 설명서를 보면서 스프링클러 시스템 배선을 하고 펜스에 걸린 스프링클러 센서(sensor) 작동여부를 확인한 다음 겨우 설치를 마칠 수 있었다. 설치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지만 새 기기가 가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에 시간이 더 걸린 듯 싶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여기저기 피해를 복구하고 조금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집 에어컨디셔너가 고장나버렸다.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어컨디셔너 없이 무더운 하루 낮 그리고 하룻밤을 보낸 후에야 에어컨디셔너 수리기사가 왔다. 알고보니 프레온가스를 저장하는 장치가 무슨 이유에선지 망가져버려 프레온가스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 고장 이유였다.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에어컨디셔너 컨덴서 기계 (air conditioner condener unit) 자체를 교체해야했다. 기기 자체와 서비스료를 합해 3,000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낙뢰때문에 에어컨디셔너 컨덴서 기기가 고장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기계가 낙뢰사고가 발생한 곳 바로 옆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결국 낙뢰사고로 약 4,000달러가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
직장동료가 혹시 보험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으니 보험회사에 문의해보라고 했으니 Deductible에서 큰 차이가 없어서 큰 의미는 없는 듯 했다. 휴스턴에 살면서 여러가지 자연재해와 관련된 사고를 경험했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는 허리케인 아이크 (Hurricane Ike) 때문에 지붕과 담벼락이 날라갔다. 몇 년 전, 허리케인 하비 (Hurricane Harvey) 때문에 지붕에 빗물 새는 것을 고치려다 천장을 뚫고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큰 부상은 당하진 않았지만 부서진 천장을 고치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이번 낙뢰사고까지. 휴스턴에 살면서 집 관리하며 사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나고 보면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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