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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미안해

Barram 2021. 7. 8. 00:39

미안해.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던 날.
장난인지 진심인지
욕정인지 사랑인지
내 마음 네 마음
잘 알지도 모르면서 시작했어.

 

미안해.
우리가 사랑을 표현하던 날.
나는 너와 내가 서로를 탐닉하는 줄 알았지
네가 진정 무엇을 느끼는지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미안해.
우리가 말다툼하던 날.
너에게 나는 너만의 탈출구일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았어.
일부러 문을 열고 들어오려 했을때
문을 잠그어 버렸어.

정말 정말 미안해.

 

미안해.
우리가 사랑을 끝내던 날.
나는 너에게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어.
침묵으로 너의 가슴을 휘저어 놓았어.
그것이 커다란 흉터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어.

너무 너무 미안해.

 

미안해.
우리가 우연히 마주친 그날.
얼굴을 돌려버린 너의 냉정한 얼굴을
멀찌감치 바라보면서
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어.
아련히 아파오는 너와 나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 않았어.

...........

 

미안해.
내가 내 존재를 없애려하던 날.
나는 너에게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
너의 마음도 모른채
내맘대로 너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해서
하염없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살아있는 나의 기억에
네가 남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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