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브라조스 밴드 주립 공원 (Brazos Band State Park) 본문
11월 초 토요일 오전 일찍 가족들과 함께 브라조스 밴드 주립공원(Brazos Band State Park)을 찾았다. 브라조스 밴드 주립공원은 휴스턴에서 서남쪽으로 약 40여 마일 떨어진 브라조스 강(Brazos River)을 끼고 있는 습지대(wetland)로서 수목림, 늪지대, 자그마한 호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가지 종류의 야생조류 (wild birds)와 더불어 야생 악어(allegater)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약 5,000 에이커(2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크기로 자전거(biking)와 하이킹(hiking) 코스들이 있으며 캠핑장소와 RV 숙영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말을 가지고 와서 승마를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집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향하는 59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크랩 리버 로드 (Crabb River Road) 출구로 고속도로를 나온후 Crabb River Road에서 좌회전을 하고 쭉 남쪽으로 내려갔다. 계속 운전하다 보면 도로는 FM 762 Road로 바뀌게 된다. 가는 길에는 거대한 농장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마치 영화 "자이언트 (Giant)"에서 락 허드슨(Rock Hudson)이 여자 친구인 엘리자베스 테일러 (Elizabeth Taylor)를 데리고 텍사스 본가로 오면서 보이는 농장(ranch)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약 10 ~15분을 달리다 보니 브라조스 밴드 주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였다.
13세 이상 및 성인은 1인당 7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12살 이하의 어린이는 무료이다. 연이용료 70달러를 내면 본인 및 본인 차로 데려오는 손님 모두가 1년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공원 출입 게이트에서 운전면허증과 함께 이용 패스 카드를 제시하면 카드에 등록된 차량번호를 확인 후 바로 출입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 (tpwd.texas.gov/state-parks/park-information/passes/sppass-faq)
Texas State Parks Pass Details — Texas Parks & Wildlife Department
Texas State Parks Pass What do I get when I purchase a pass? Free entry You get free entry to state parks for one year. Some parks do not charge an entry fee. Activity and camping fees still apply. This applies to you and your guests who are riding in the
tpwd.texas.gov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공원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 수가 제한되어 공원에 방문하려면 사전에 온라인 또는 전화로 예약을 해야 공원에 들어갈 수 있다. 보통 주말시간대는 예약이 빨리 종료되므로 방문 2 ~ 3일 전에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예약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두었다. (texasstateparks.reserveamerica.com/?_ga=2.94311192.427828539.1606021038-2136779466.1605845996)
출입 게이트를 지나 처음 방문한 곳은 40 에이커 호숫가였다. 출입게이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 좌측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 차를 세우고 안내판을 따라 걸어가 보면 낚시를 할 수 있는 잔교 (pier)가 나온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 아래 호숫가에 떠있는 잔교 풍경은 고요하면서 편안한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잔교에 올라가는데 널빤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요란하게 들린다. 잔교가 오래되서가 아니라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 것일까?
고요한 호숫가에 떠있는 푸른 연잎들 아래로 이미 시들어서 물 속에 가라앉는 오래된 잎들이 보인다. 시들어버린 연잎들은 물속에 가라앉아 물속의 다른 생명들에게 자신의 몸을 해체당하며 그 존재가 점점 없어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도, 죽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 나는 저 연잎들 중에서 어떤 연잎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호숫가의 연잎들을 바라보며 또 쓸데없는 상념에 잠시 젖어본다.
혹시라도 야생악어를 볼 수 있까 하는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호숫가를 찬찬히 바라보았지만 조그만 새들이 아장아장 걷는 듯이 물 위를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니 이 부근에서 악어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잔교의 고요한 풍경을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 다시 차를 몰고 공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약 5분여를 느린 속도로 운전하여 들어가니 캠핑장 입구가 나온다. 미국 공원의 캠핑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지만 아이들이 브런치 피크닉을 하고 싶다고 졸라서 공원 내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엘음 호숫가 (Elm Lake)로 향했다.
얼음 호수는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 산책, 자전거를 타기 위해 이용하는 장소이다. 야생 악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어 운이 좋으면 야생 악어를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엘음 호숫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피크닉 장소에 집에서 만들어온 군만두와 과자를 먹으며 가족들과 단란한 브런치 시간을 가졌다.
브런치를 마친 후 장인어른이 엘음호숫가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야생 악어를 찾아보자고 하시기에 3살배기 아들 녀석을 데리고 따라나섰다. 지도를 보니 엘음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오는 데는 약 2마일 정도를 걷는 거리였다. 아들 녀석이 괜찮다면 한번 해볼 만 산책로일 것 같았고 운이 좋으면 악어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간혹 조깅 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긴 했지만 사회적거리를 염려할 정도로 빈번하지는 않았다. 아들 녀석은 간만의 외출에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다. 장인어른은 가끔씩 내 얼굴을 바라보시며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면 내가 아는 범위에서 간단한 통역을 해드린다. 나 역시도 3살배기 아이가 쓰는 용어에 친밀하지 않아 가끔씩 헤매기도 한다.
호숫가에서 맞닥뜨리는 조그만 생명체들도 가족들끼리 산책을 나왔나보다. 조그마한 검정 새 가족들이 호숫가에 헤엄쳐 나와 수풀 잎 사이로 아장아장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마치 아들 녀석이 손을 잡고 아장아장 아니 이제는 조금 커서 총총총 걷는 모습과 대비된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상쾌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정말 장인어른 따라 산책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약 5분여를 걷다가 드디어 호숫가 건너편에서 조용히 일광욕을 하고 있는 야생 악어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내 인생 처음 보는 야생악어였다. 아들 녀석에게도 인생 처음 보는 악어이다. 와~ 하며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악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나가던 다른 일행도 잠시 멈추어 악어를 바라본다. 다른 일행에 있는 한 소년이 갑자기 호수 물표면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저기에도 악어가 있어요!!"
푸른 이끼들로 가득찬 물표면에 머리 부분이 살짝 드러낸 악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주변 관찰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는 처음에 잘 찾지 못하다가 소년이 가리키는 방향을 천천히 보면서 악어의 머리 부분을 발견했다. 사냥감을 찾으면서 잠시 몸을 숨기고 있는지 아니면 인간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물가에 얼굴만 살짝 내놓고 있는 악어 모습은 참 흥미로웠다. 아들 녀석도 그 모습을 발견했는지 킥킥거리며 즐거워한다.
장인어른 말에 의하면 11월부터는 날씨가 쌀쌀해져서 대부분의 악어들이 동면준비에 들어가므로 악어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벌써 두 마리나 발견했으니 오늘은 퍽 운이 좋은 날이라고 말씀하신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호숫가 길을 걸으며 늪지대의 상큼 텁텁한 내음을 맡아본다. 아직 동면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조금 더운 날씨인데 악어들에게는 벌써 겨울 날씨 인지... 아마도 냉혈동물이라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길가를 걷다보면 늪지대에서 악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지어진 전망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장소를 낚시터로 이용하기도 한다. 악어 낚시가 아닌 물고기 낚시용으로 말이다. 텍사스에서 악어 사냥은 불법이며 악어 사냥이 적발될 시에는 2,0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장인어른이 여담으로 십수 년 전 직장 동료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새를 쏟다는 것이 실수로 악어를 쏴 죽여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부근에 조그만 별장을 가지고 있는 직장동료가 쇠사슬을 가지고 와서 악어 사체를 물속에 가라앉혔다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셨다. 텍사스에 있는 악어들은 대부분 인식표를 달고 있어서 사체를 방치하면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사냥허가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악어 사체를 숨겼다고 한다.
산책로가 거의 끝나가던 무렵 아들 녀석이 다리가 아프다며 조금씩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벌떡 안고서 몇 걸음 걸어가던 차 호숫가 건너편 아주 커다란 악어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 번째 악어 발견. 이번에는 정말 크고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악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들 녀석도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관심 있는 모습으로 바라본다. 와~ 악어 한두 마리를 보면 그래도 좋은 날을 선택한 거라고 이야기를 듣는데 벌써 세 마리를 보다니!! 그것도 세 번째 악어는 정말 크기도 하고 악어다운 모습을 갖춘 녀석이었다.
피크닉 장소로 돌아오니 아들녀석은 외할머니에게 자신이 본 악어들을 자신의 말로 쉴 새 없이 풀어낸다. 여기 3살 아기의 말은 장인어른/장모님에게는 외계언어이다. 물론 나와 와이프는 어느 정도 그 언어를 대략 감으로 이해하지만 말이다. 가끔씩 이런 생각은 해본다. '아들, 넌 어느 별에서 왔길래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특이한 언어를 쓰니?' 하긴 나 역시도 미국에 첨 와서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어를 쓴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그 유전자는 나에게 온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부근에 있는 들판에 있는 쓰러진 나무에서 평균대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커서 몸에 균형을 잘 잡으면서 나무를 타기 시작한다. 넘어지지 않을까, 다치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제 자신몸을 잘 컨트롤할 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부모로서의 뿌듯함과 아이가 너무 빨리 크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한다.
피크닉과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캠핑장에 들렀다. 캠핑장은 전기와 각종편의시설이 제공되는 오두막집(cabin)과 캠핑카 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으로 나뉜다. 오두막집 형태의 캠핑장은 방충망이 설치되어있고 본인이 원하면 휴대용 에어컨, 냉장고 및 야전 침대 등을 가져와서 신청한 기간만큼 머물 수 있다. 비용은 1박 당 65 달러이며 오두막집 바깥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그릴 등이 비치되어 있어 가족들끼리 와서 바비큐 및 야외파티를 가질 수 있다. 모닥불을 지필 수 있는 장소도 있어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 공용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좀 완화되면 한 번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겠다. 나가는 길에 사무실에 물어보니 평일이 아니면 이미 내년 봄까지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오두막집을 가까지에서 살펴보니 전기 콘센트가 집 안밖으로 설치되어있고 집은 방충망과 실링팬 (ceiling fan)이 설치되어있어 여름에도 쾌적한 밤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서 매트리스 또는 야전침대를 가지고 와서 밤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밤 10시 이후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공원 출입이 통제된다고 한다.
오두막집 하루 사용료는 65 달러이지만 청소 및 유지비용으로 담보금 (security deposit)으로 25 달러를 내야한다. 물론 본인이 깨끗이 사용하고 체크아웃 전 청소를 깨끗이 해둔다면 25 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일반 텐트를 가져와서 캠핑을 하거나 RV를 가지고 와서 머물 수 있는 장소도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다음 웹사이트에 확인하면 되겠다 (tpwd.texas.gov/state-parks/brazos-bend/fees-facilities/campsites).
오두막집으로 이루어진 캠핑장 부근에는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다. 운 좋게도 아침 일찍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 않아 아이들이 30여 분동 안 재밌게 놀 수 있었다.
피크닉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네이쳐 센터 오피스 (Nature Center)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는 브라조스 강에서 서식하는 악어들과 야생동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운 좋게도 공원관리인에게 아기 악어들을 어떻게 보살피는지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게 되었다. 아기 악어 두 마리를 보여주며 어떻게 알을 발견 및 부화시키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딸아이도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다.
집에서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야생동식물을 관찰하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이렇게 좋은 장소가 있다는 것을 10년이 넘도록 인지하지 못했다. 다음에 꼭 가족들을 데리고 캠핑을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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