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11월의 크리스마스 장식 본문
추수감사절 (Thanksgiving)을 일주일 앞둔 주말의 어느 날 거실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외부활동이 통제된 아이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예정보다 일찍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내일인 것처럼 매우 좋아한다.
창고에 먼지가 쌓인 박스들을 가지고 나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박스에 싸 두었던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한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비교적 싼 가격으로 구입한 열차 세트도 꺼내놓았다.
아들 녀석은 추추트레인을 흥얼거리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빨리하자고 재촉한다. 딸아이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틀어놓고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인 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장식물 하나하나에는 가족들의 추억이 담겨있다. 알라스카 여행을 가서 산 조그마한 장식용 사진액자, 하와이에서 가족들 이름을 새겨 만든 장식물, 각 년도마다 기념사진을 찍어서 조그만 액자에 넣어놓은 장식물, 딸아이가 특별히 고른 것,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장난감 모양의 장식품... 하나하나에 가족들과의 추억이 방울방울 달려 나온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식용 전구에 불이 일부 들어오지 않아 일일히 문제점을 찾아서 고쳐야 했다. 장식품을 트리에 다는 것은 아내와 아이들 몫이다. 가끔식 아이들이 실수로 장식물을 떨어뜨려 망가뜨리기도 한다. 울며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나는 본드로 일일히 망가진 장식품을 고치기도 했다. 금방 고쳐진 장식물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밝아진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도 같이 웃는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한 후, 아들녀석이 그토록 고대하던 열차세트를 설치했다. 아들녀석은 크리스마스 트리 마법에 이끌린듯 선로를 따라 공전하는 열차를 바라보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마치 그 열차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마냥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기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런 아들 녀석을 나는 소파에 앉아서 지긋이 바라본다. 나 역시도 아들 녀석의 얼굴 속에서 내 어린 시절 추억의 여행을 떠나본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집 앞뜰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가족들 모두가 나와 앞뜰을 깨끗이 정리하고 장식물, 표지판, 전등, 전구들을 설치했다. 어둑해진 밤에 작동시켜 보니 나름 봐줄 만한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키 그리고 미니 마우스를 필두로 딸아이가 특별히 부탁한 My little pony는 아이들이 잠자기 전 꼭 한번 확인해야 하는 취침 점호 행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니 벌써 올 한 해 2020년도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
"나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나?"
"내 가족에게 행복한 시간을 안겨주었나?"
"나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냈나?"
"한국에 있는 부모 형제들을 잘 챙겨드렸나?"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며 다가오는 12월의 길목에 들어선다.
서늘한 바람에 따뜻한 생각을 하고픈 계절의 길목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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