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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로즈웰 UFO 박물관: Roswell International UFO Museum

Barram 2021. 6. 7. 13:51

오데사(Odessa)에서 385번 도로를 타고 달리면 텍사스와 뉴멕시코 주 경계선을 지나가게 된다. 380번 도로를 타고 다시 2 시간여를 달리면 로스웰 (Roswell)이라는 조그만 도시를 만난다.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 도시와 다름 없는 이 곳은 1947년 로스웰 사건 (Roswell Incident)으로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로스웰 다운 타운에 위치한 로스웰 UFO 박물관은 로스웰 사건을 바탕으로 한 UFO 목격담 및 음모론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해놓은 곳이다. 한적한 도시 한 가운데 많은 차가 주차되어 방문자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로스웰 UFO 박물관 입구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문자들이 박물관 관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입고 있는 티셔츠 또는 모자를 보니 상당수가 텍사스에서 온 사람들인 듯 하다. 미식프로축구 팀 달라스 카우보이즈 저지, 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나역시 텍사스 주립대학 롱 혼 (Long Horn) 모자를 쓰고 있었으니 그들역시 나를 보며 엇비슷한 생각을 했겠다.

입장권 판매소

입장권은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어른은 5달러, 5살 ~ 15살은 2달러. 5살이하는 무료. 박물관 볼거리가 주로 UFO관련 이야기와 모형이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는 듯 하다.

외계인 모형

박물관 입장 후 처음 맞닥뜨리는 것은 1947년 추락한 UFO 잔해에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인의 모형이다. 가족들과 간단히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안으로 들어가면 1947년 로스웰 사건을 일자별로, 그리고 인물의 증언별로 기술해 놓은 안내판들이 당시 찍은 사진 및 인공 모형들과 함께 진열되어있다.

로스웰 사건을 설명하는 전시대

1947년 7월 3일 미국 독립 기념일 전 날, 로스웰 외곽 약 30 마일 (50 km) 떨어진 곳에서 개발 중인 목초지를 둘러보던 윌리엄 맥 브래즐 (William "Mac" Brazel)이라는 사람에 의해 비행기 잔해로 보이는 잔해를 발견하였다. 웰리엄은 바로 지역 보안관인 조지 윌콕스 (George Wilcox)에게 신고하였으며 출동한 보안관은 처음 보는 잔해에 바로 미육군항공대에 연락하게 된다. 제시 마르셀 소령 (Major Jesse Marcel)이 조사단을 이끌고 사고현장에 와서 조사를 위해 잔해물을 수거해갔다.
다음날 월터 하우트(Walter Haut) 중위가 미확인 비행 물체 (UFO)의 잔해를 발표했다는 언론 발표를 하게 되면서 미국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 뒤 509부대 정보국 중령 윌리엄 블란차드 (William H. Blanchard) 대령이 모든 잔해물을 달라스 포트워스 공군기지 (Dallas Fort Worth)로 수거해가버리고 며칠 뒤 미군 당국의 UFO 잔해 발표는 오보였으며 이는 기상 관측용 기구가 공중에서 폭파하여 떨어진 잔해라는 정정보도를 내보낸다.
바로 이 때부터 사람들은 미군당국이 진실을 숨기고 음모론(Conspiracy Theoary)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음모론이란 용어가 바로 이 로즈웰 사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주장은 각각 사람들의 카더라 증언과 더불어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과 영상으로 점점 설득력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로즈웰이라는 조그마한 도시는 관광객 혹은 UFO 순례객들로 호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UFO 추락 추정 모형물

외계인 추정 모형물

로스웰 사건과 관련하여 미군당국이 잔해수거시 외계인 사체 및 부상자를 발견하여 비밀기지에 숨겨두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1947년 7월 3일 미국의 한 토목기사가 측량작업중 UFO의 파편을 발견하였고 파편 근처에 죽은 생명체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외계인 생명체는 열살 정도의 초등학생 크기였고 미끈한 몸과 머리가 꽤 큰 모습으로 모두 회색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는 그 사체를 보관하는 캡슐을 형상화하여 전시해놓았다.

외계인 사체를 보관하는 캡슐을 형상화한 모습.#1

외계인 사체를 보관한 캡슐을 형상화한 모형 #2

박물관 한 켠을 가다보면 1995년 공개되어 당시 큰 관심을 받았던 레이 산틸리 (Ray Santilli)의 외계인 해부 (Alien Autopsy) 영상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되어있다. 1947년 로스웰 사건 후 미군당국 외계인을 해부하는 영상을 레이 산틸리라는 뮤지션이 공개했는데 어떻게 구했다는 출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것은 조작된 영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은 조작된 영상으로 판명되었다.

유명한 레이 산틸리의 외계인 해부 영상을 묘사한 조형물

로스웰 사건, 그리고 UFO 진실 은폐 음모론, 이것으로 인해 로즈웰이라는 조그마한 도시는 관광객 혹은 UFO 순례객들로 호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가 없어도, 혹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만 해도 주장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곧 신뢰가 없는 상대라면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는 권위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음모론을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스웰 사건 상상 조형물

미국 정부는 해마다 로즈웰 기념일이 다가오면 외계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지만 UFO추종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2005년 12월 로스웰 사건을 발표했던 군장교 월터 하우트(Walter Haut)가 사망 후 남긴 유언장에는 "내가 로스웰에서 본 것은, 그 때의 잔해는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가 맞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사망한 외계인의 사체도 그 곳에 있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월터 하우트와 그의 가족들이 로스웰 UFO 박물관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만만치 않다는 점과 로스웰 도시의 주수입원이 외계인과 UFO 관련 사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유언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어찌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상 다른 생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만물의 영장 지위를 차지할 수 있던 이유는 가상적 존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회 집단 형성과 문화 및 자본주의 발전을 통한 욕망의 충족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체가 없는 가상적 존재인 신(god), 법인 (corporation), 화폐 (money)...
외계인과 UFO라는 가상적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로스웰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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