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콘셉시온 미션: Mission Concepcion 본문
콘셉시온 미션은 지난 샌 안토니오 미션 여행 중 준비 부족으로 길을 잃어버려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 미션이었다. 당시 당일치기로 온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른 미션들을 방문한 뒤 다시 길을 돌아 이 곳에 오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했었다. 그때 놓친 방문을 이번 자동차 여행에서 만회해보기로 했다.
콘셉시온 미션은 샌 앤토니오 다운타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들어서는 입구에 샌 앤토니오 미션 안내 사무실이 있는데 아마도 이 곳이 샌 앤토니오 미션 답사의 시작점이라서 안내소가 있는 듯했다. 입구에서 검게 그을린 오래된 미션 건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구름이 걷힌 직후 미션 건물의 자태는 신성함보다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 안도감을 가져다 주는 고요함이라 할 까. 고요한 풍경에 적적함이 가슴속에 밀려온다. 날씨 탓이련지 아니면 나만의 응어리진 감정탓일런지...
적막한 풍경에 쌓인 건물을 바라보니 다른 미션들에 비해 비교적 건물이 잘 보존되어 아직도 교회건물로 쓰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안내문에 의하면 콘셉시온 미션은 1755년에 세워졌으며 2백여 년 세워진 건물 모습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복원되지 않은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검게 그을린 건물 외관으로 인고의 시간과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인고의 시간이 정복자의 것인지, 아니면이 땅에서 오래도록 살아왔던 원주민의 눈물이 어린 시간이었는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프랜시스컨 또는 프란체스코 (Franciscan) 교단에 속한 수도사들 (friars)은 아메리칸 대륙에서 미션을 개척하면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가톨릭 교회의 사제 역할과 더불어 서양문명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역할을 했다. 또한 자신들이 동화시킨 인디언 부족들을 다른 인디언 부족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션을 중심으로 하나의 부락을 형성하면서 그들의 역할은 부락의 리더로서, 스페인 왕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로서, 신대륙을 개척하고 스페인 문화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프랜시스컨에 속한 수도사들은 신대륙에 오기 전 미션 설립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톨릭 종교 교리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축기법과 농사기술, 그리고 인디언들을 개화시키기 위한 제빵기술과 의복 등 여러 가지 지식에 능통해야 했다. 약 3 ~ 4 명의 수사들이 하나의 미션을 책임지고 건설해나갔다고 하는데 콘셉시온 미션에 배속된 3명의 수도사 이름이 기록에 남아있다. 베니토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즈 (Benito Francisco Fernandez de Santa Ana)는 1733년부터 1749년까지 콘셉시온 미션을 담당하며 교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호세 샤엔즈 구미엘 (Juan Joseph Saenz de Gumiel)은 1765년부터 1770년까지 이 곳에서 수도사 생활을 했으며 호세 마리아노 루소 (Jose Mariano Roxo)는 1790년 미션에서 인디언들에게 노래와 음악을 가르쳤던 수도사라고 기록되고 있다.
가톨릭의 청렴한 수도생활 교리에 따라 이들 수도사들은 철저한 무소유 철학을 바탕으로 미션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은 청교도 신념과 자본주의 정신으로 무장된 프로테스탄트들에게 부를 축척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제공해주었는지도 모른다.
교회 건물 내부를 다니다 보면 희미해지고 닳아져 가는 벽화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이 벽화들은 주로 중동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무늬들로 프레스코 화법(fresco painting)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프레스코란 이탈리아어로 '신선하다"라는 뜻인데 르네상스 시대에 주로 이용되었던 기법이다. 건물 벽에 발라진 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물에 갠 안료로 채색하면서 그림물감이 표면으로 배어들어 벽이 마르면 그림은 완전히 벽의 일부가 되어 수명이 벽의 수명만큼 지속되는 채색 기법이다(출처: 네이버 세계 미술용어 사전). 회반죽이 마른 후에는 그림의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석고가 마르기 전 재빨리 그림을 그려야 한다. 때문에 정확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 벽화처럼 섬세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중동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무늬들이 형형 색색 외관을 덮고 있다.
건물의 미사를 보는 성당 내부에 들어가다 보면 조그마한 방이 하나 나오는데 아마도 이 곳은 수도사들의 집무실로 쓰였거나 사제들의 미사 준비에 쓰이는 방으로 쓰였던 듯싶다. 방 내부의 벽에는 간혹 오래전 그려진 벽화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한다. 이 곳에서 미션을 건설하며, 인디언들을 교화하며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던 수도사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당시 그들의 신념은 확고했으리라.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하느님의 길을 걷고 있노라고. 그것이 진실이었는지 그 누구도 판단 내릴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들의 가치관에 그것은 옳은 일이라고 굳게 믿었으리라.
성당 미사를 집행하는 큰 장소로 나가기 전 조그마한 기도실을 발견했다. 오래된 벽화의 흔적 앞에 십자가가 해바라기 화분과 더불어 책상 위에 모셔져 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이 곳의 공기를 느껴본다. 건조하고 딱딱한 공기, 그렇지만 절에서 느낌 직한 향냄새가 같이 올라오는 듯하다. 이 곳은 희망의 장소인가, 참회의 장소인가, 두 가지 모두라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희망이고 참회인가. 또다시 쓸데없는 생각들이 몰려온다.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듯한 미사 성당 내부는 어느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예배실의 모습이다.
십자가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묘사하는 듯한 벽화가 성당 예배실 전면 중앙에 자리 잡은 것은 신기해 보였다. 그 연유를 잘 알지 못하지만 교회의 신성함을 예술과 결합시킨 코디네이션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을는지...
예배당 뒤편으로 연결된 출구로 나와 검게 그을린 건물을 올려다본다. 세월의 흔적을 알려주듯 조금씩 퇴화되어가는 건물 벽면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을 맡아본다. 그 사람들의 체취는 자연의 냄새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들어온 향초의 냄새가 조금 배인 그런 냄새였을까... 조금씩 구름을 헤집고 파아란 하늘이 기지개를 켜어가면서 나의 어두웠던 마음도 맑아져 가는 기분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미션 교회 건물을 빠져나오며 이 곳을 자동차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로 삼은 것이 잘 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는 텍사스 주의 역사를, 당시 이민자와 피정복자의 손길과 눈물이 얼룩진 시간의 현장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이렇게 10일간의 자동차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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