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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여행] Getaway Houston

Barram 2021. 1. 5. 06:46

나는 태어나서 가족들과 제대로 된 캠핑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학시절 친한 친구와 한번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할 때 2 ~ 3일 정도 텐트를 치고 캠핑을 간단히 한 적은 있었다. 그것은 거의 캠핑을 위한 여행이 아닌 자전거 여행을 위한 휴식시간 정도였다. 

 

때문에 나는 캠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제대로 된 캠핑 장비도 없을뿐더러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그런 지식이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가족을 데리고 캠핑을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며칠 전 웹서핑을 하다 Getaway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캠핑 트레일러(camping trailer)를 깊은 숲 속에 설치해두고 도시생활에 지쳐 어디론가 조용한 곳에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차박 캠핑 비슷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캠핑에 필요한 모든 편의 시설을 구비해두었기에 캠핑이 처음인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둘째 아들 녀석의 4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가족들과의 난생처음 캠핑을 경험하기 위해 Getaway Houston ((웹사이트: getaway.house/houston)에 1박 2일간의 캠핑을 예약했다. 비용은 주말에는 $249로 상당히 비싸지만 주중에는 $99까지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일요일 저녁 숙박을 $140 정도에 예약했다. 일단 예약을 하면 캠핑 트레일러 입주 전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소지와 함께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물품은 캠핑 트레일러에 비치되어있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해야 할 물품은 많지 않다. 

 

입주 당일 오후 3시에 체크인을 하게 되는데 보통 오후 2시 정도에 캠핑 트레일러 이름, 정확한 위치, 출입 비밀번호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준다. 캠핑 장소 (Getaway Brazos Valley in Navasota, Texas)로 향하는 도중 한인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았다. 바비큐 할 소고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파게티 라면, 간단한 음료수 등등. 난생처음 온 가족과 함께 해보는 캠핑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알려준 주소는 텍사스 주 시골에 위치한 깊숙한 곳이었다. 지방 간선 도로를 타고 약 40여분을 운전하고 간 뒤 비포장도로를 따라 다시 10여분을 가니 커다란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그 울창한 숲 속 아래 Getaway의 조그만 표지판이 보인다.

 

Getaway Houston으로 들어가는 입구

 

숲 속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가면서 약 10여분 만에 배정받은 캠핑 트레일러를 발견했다. 컨테이너 절반 정도 크기의 목재로 지어진 캠핑 트레일러가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자동차를 트레일러 가까이에 주차시키고 가지고 온 물품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그마한 아이 둘을 데리고 오다 보니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다. 

 

캥핑 트레일러 앞에 차량을 주차한 직후

캠핑 트레일러 앞에는 1 ~ 2 대 정도의 차량을 주차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진흙에 질퍽거리지 않도록 친절하게 자갈을 트레일러 앞 공간에 깔아놓았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테이블 벤치와 모닥불을 쬐며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준비되어 있다. 준비해 간 소독 티슈 (Lysol wipe tissue)로 여기저기 닦아낸다. 소나무 향기와 더불어 소독약 냄새가 여기저기 풍기기 시작한다. 아 소나무 향기... 이것을 먼저 이야기했어야 했다. 도착해서 차량 문을 열고 나오니 소나무 내음이 물씬 풍겼다. 여기저기 새소리 지저귀는 소리와 더불어 소나무 향기는 숲 속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차량 트레일러 앞 공간 모습

 

트레일러 한 쪽에는 침실에서 큰 유리를 통해 외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4인 가족을 예약해서 그런지 벙크 배드가 마련되어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소나무 숲 외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잔잔하고 향긋할 것이다. 

 

침실이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트레일러 벽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도어록에 입력하니 문이 사르르 열린다. 트레일러 내부는 좁은 듯하면서도 내부 공간 이용을 최적화해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딸아이가 벙크 베드를 보더니 좋아서 달려가는 모습이 내 사진에 잡혔다.

 

차량 트레일러내 벙크 베드 모습

 

화장실과 샤워시설 역시 제법 잘 갖추어져 있었다. 변기와 3~4개의 샤워타월이 구비되어있다.

 

화장실 변기

변기 맞은 편에는 샤워 커튼으로 가려진 조그마한 샤워실이 있다. 성인 한 사람 정도는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샴푸, 컨디셔너, 샤워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취침 전 샤워를 해보니 온수도 제법 잘 나오고 수압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아들 녀석을 씻길 때 물줄기가 아들 키에 맞추어지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조그마한 바가지 같은 것을 가져오면 편하게 씻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실 내부 모습

 

트레일러 앞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소나무들 사이로 펼쳐진 맑은 하늘의 수채화를 바라본다. 마음이 왠지 편안해졌다. 1월 초의 깊은 숲 속이라 그런지 약간 쌀쌀한 기운이 있었지만 스르르 졸음이 오면서 나곤 해 진다.

 

소나무 사이에 펼쳐진 맑은 하늘

 

캠프 트레일러 밖에는 모닥불을 지피기 위한 장작 보관함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장작들을 꺼내 모닥불을 피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작 한 더미에 $6.95를 따로 지불해야 했다. 또한 장작불을 붙여주는 키트에도 요금이 붙는다. 장작뿐만이 아니라 트레일러 내부에 비치된 음식, 과자, 커피 등에도 수수료가 붙는다. 역시 이런 곳에서 공짜는 없다.

 

트레일러 앞 모닥불 준비세트 박스

모닥불을 피우는데 한참을 고생했다. 어렸을 적 보이스카우트 활동 한번 해본 적 없었고 가족 캠핑을 전혀 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모닥불 피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장작 배치하는 것을 보더니 아내가 혀를 쯧쯧 찬다.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인터넷으로 장작 놓는 법부터 찾아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곳은 깊은 숲 속. Getaway에서 휴대폰 연결은 문자메시지와 간단한 통화만 가능할 뿐 인터넷 검색이 불가능하다. 결국 모닥불을 2번이나 꺼뜨려 먹고 준비해 간 바비큐는 트레일러 안에 비치된 전기스토브(Stove)로 구워 먹어야 했다. 헐~

 

저녁 식사 후 끈질긴 시도 끝에 모닥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고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미국에서는 이것을 스모어 -S'more-라고 한다)를 모닥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 할 때는 아빠만의 초능력이 발휘된다. 물론 기나긴 시행착오의 시간이 있었지만 말이다. 무능한 남편을 바라는 아내의 눈길에 '이건 무능한 게 아니라 이런 경험을 못해보고 자란 내 유년시절의 초상일 뿐'이라고 씩 웃으며 항변해본다.

 

겨우겨우 모닥불을 피웠다.

 

깊은 숲 속에는 어둠이 일찍 깔려온다. 저녁식사와 디저트를 마친 뒤 아이들을 씻기고 일찍 취침 준비를 시작한다. 이 곳으로 오기 전 딸아이가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밤이 되니 조금 심해진 듯했다. 딸아이를 먼저 잠자리에 눕히고 아들 녀석과 밖에 나가 늦게나마 성공한 모닥불 앞에 앉아 밤하늘 별을 감상했다.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지만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에 아들 녀석이 탄성을 지른다. 왜 도시에서는 이렇게 별들이 반짝이지 않고 이런 깊은 숲 속에서만 그러는 걸까? 별들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피조물보다는 대자연(mother nature)의 창조물에게 마음을 더 여는 것일까? 이런 대자연에서 우리 인간은 언제까지 "신(God)"을 위한 행위라는 명목으로 인간의 자연파괴를 정당화할 것인가? 갑자기 유신론과 유착된 자본주의, 유물론, 이성주의로 가득 찬 생각들이 밀려온다. 어찌 보면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 1995)'에서 주인공 안토니아가 살아가는 삶은 별들이 대자연에 마음을 열어 더욱더 반짝이는 이 밤하늘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 교수 김영민이 자신의 인생영화라 칭한 '안토니아스 라인'에 대한 비평을 다시 읽고 싶어 지는 밤하늘이다.

 

취침전 트레일러 내부 모습

 

딸아이가 미열이 있어 간간히 잠이 깼다. 아들녀석 이부자리가 춥지 않은지, 딸아이 열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니라 매시간마다 잠이 깬 듯하다. 그렇게 선잠을 자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배고프다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짜파게피를 만들어주니 좋아한다. 아침밥으로 무슨 라면이라고 호통을 칠 법한 아내도 이번에는 조용한 미소로 대신한다.

 

아침식사 후 모닝커피 컵을 들고 가족들과 가벼운 숲 속 산책을 나섰다. 딸아이는 밤에 잘 잤는지 한층 좋아진 모습을 보여 마음이 놓인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빼고는 매우 고요한 숲 속 산길을 걸으며 우리 가족만의 여유를 느껴본다. 이런 여유를 너무 오래 즐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짧은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영원히 가슴속에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아침 숲속길 산책

처음으로 해보는 깊은 숲 속 트레일러 캠핑이었다. 1박 2일은 해보겠지만 2박 3일을 하라면.. 글쎄 잘 모르겠다. 캠핑 체질이 아니라서 그러나? 모닥불 경험, 밤하늘 별구경, 소나무 숲이 보이는 커다란 창문 앞 침대에 누워 보내는 하룻밤, 아침에 즐기는 산책... 이러한 활동들은 1박 2일만으로 충분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캠핑 초보가 하는 말이라는 것 고려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다.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고픈 휴스토니언에게 추천할만한 장소이다. 아이들이 봄에 또 오자고 하는데 그때는 또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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