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구조조정, 그리고 "나"라는 직장인의 가치... 본문
회사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달 회사 내 약 10%의 인원 감축 및 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시작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다른 부서로 옮겨지게 되면서 보고라인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이번 구조조정은 B 컨설팅회사가 기업전략 및 운영에 관한 검토를 시작하면서 몇 달 전부터 예상된 사안이었다.
아는 지인 몇 명이 회사를 조만간 그만 두게 되었다.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다가올 여파를 생각하게 된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업무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본사 내 보직들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로 옮겨 가게 되면서 그만큼 시차를 고려한 이른 아침 회의들이 많아질 것이다. 어차피 아침 6시에 시작되는 내 업무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업무시간 중 간간히 자기 계발에 힘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어질 것이다.
회사 구조조정을 바라보면서 나역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 그러한 생각의 연속선 상에서 "나"라는 직장인의 가치가 얼마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나의 존재가 회사에 기여하는 가치와 비용 분석이 이루어졌으리라. 그것이 나라는 개인 존재이든 아니면 내가 속한 팀의 존재이든, 존재의 의미와 그 영향도가 어떤 형태로든 분석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학/대학원생활, 백수생활, 도피하다시피 온 미국에서 또 다른 학교생활을 마치고 약 15년 정도 직장생활을 미국에서 했다. 남들보다 10여 년 가까이 늦게 시작한 직장 생활인만큼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3번의 이직과 4군데 회사에서 아직 구조조정 또는 업무실적을 이유로 해고당해본 적은 없다. 그만큼 직장에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회사에서 내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먹어가는 나이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는 일은 실제 회사 매출액 및 이익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활동들이 아니다. 프론트오피스 (Front office)보다는 이를 지원하는 백오피스 (Back office)에 가깝다. 보통 구조조정은 백오피스를 대상으로 먼저 이루어진다. 회사가 정말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될 경우 내 역할은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그러한 낌새가 보일때 바로 다른 직장을 구해서 나오는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옮겨올 때 상황이 그랬다. 이전 직장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한 1차, 2차, 3차 구조조정이 단행되었었다. 운 좋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회사의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른 회사로 합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수를 쳐서 현재 직장으로 옮겨왔다. 그나마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이 많고 채용절차가 투명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이직활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나의 가치를 유지하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이는 먹어가고 체력은 예전같지만 않으며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간다. 불안한 마음에 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들 여기저기를 무뎌진 욕망의 창살로 찔러본다. 그 활동에는 지속적인 리스크/통제활동 관련 지식 업데이트, 글쓰기, 독서, 커뮤니케이션 능력향상 등이 포함되어있다. 젊은 시절 이러한 활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후회가 들지만 지나간 시간을 탓하는 내 모습에 잠시 쓴웃음이 흘러나올 뿐이다.
2020년 현재 "나"라는 자아 존재감은
"가족"의 행복을 나의 행복추구권과 동일시하면서
"가족"의 행복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금전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라는 직장인으로서의 가치를 회사와 업계에서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나의 자아 존재감과 직장인으로서 가치가 뒤섞여버린 현재의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내가 "나"를 평가해본다.
알듯말듯한 그 답안지에서
여전히 연필을 끄적이듯 머리속에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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