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둘째 아이의 네번째 생일 본문
벌써 네 살이다. 늦은 나이에 둘째를 가져 이 아이를 언제 다 키우나 하며 근심 반, 아기를 좋아하는 본성은 어쩔 수 없어 즐거움 반으로, 두 손바닥으로 한 번에 품었던 갓난 아이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첫째 아이는 무엇을 할지 몰라 조심조심하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우왕좌왕하며 키웠다. 둘째 아이는 첫째를 기르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를 가지고 키워서 그런지 조금더 쉽게 키운 것 같다. 그리고 벌써 4년이 지났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배우면서 두 아이를 향한 마음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여자아이는 아직도 나에게 싱그러운 감정을 안겨준다. 첫째를 안았을 때 그 마음은 마치 나에게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첫째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둘째 아이는 상큼했다. 아니 아직도 상큼하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지신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바람에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첫째에 비해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감정의 강렬함은 크지 않았다. 다만 둘째가 있으니 첫째가 외롭지 않겠구나, 그리고 부모님이 첫 손자가 생겨서 좋아하시겠구나라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에 비하면 보다 이성적인 마음으로 둘째를 대한 셈이다.
다른 둘째 아이들은 어쩐지 모르겠으나 나의 둘째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더 받으려는 본성이 첫째를 압도한다. 심지어 부모에게 더 관심을 받기 위해 첫째에게 무슨 일을 당한 마냥 피해자 흉내를 내기도 한다. 또한 눈치가 빨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영민함마저 보인다. 아마도 부모가 첫째에 비해 둘째에게 보다 이성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둘째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며 그의 학습능력이 첫째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첫째를 키웠던 부모의 시행착오를 많이 거치지 않았고 첫째로부터 직접 학습받는 영향도 있겠다. 또한 부모에게 관심을 받으려는 첫째와의 경쟁의식이 적극적인 동기로 작용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둘째가 크는 것을 보면 네 형제자매 중 막내로 자랐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둘째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하다. 첫째는 이제 계집 아이 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물론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숙한 면이 늦어 조금 걱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엄마 아빠에게 어린양을 부리는 면이 있어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둘째는 네 살 먹은 아이치고 가끔씩 자기주장을 드러내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물론 내 아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부모와 같이 보낼 시간이 첫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에 조숙한 것은 둘째에게 필연일지도 모른다.
아들.. 네 살이 된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무럭무럭 건강히만 자라다오. 아빠와 엄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테니 아들도 자네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 자라주길 바래.
2021년 1월의 셋째날이 다가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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