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록키산맥 국립공원: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본문
자동차를 몰고 록키산맥 국립공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8월 아내와 데이트할 당시 덴버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록키산맥에 온 적이 있다. 당시 관광투어는 덴버시 남서쪽에서 출발하여 70번 도로를 타고 그랜비 (Granby) 호수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코스로 기억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버스안에서 보냈기에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었고 솔직히 지금 그 시절 사진을 봐도 어디 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세월이 흘러 2021년 6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록키산맥을 다시 찾았다. 15년 전 데이트하던 시절을 이야기하는데 첫째 딸아이가 금세 관심을 보인다. 누가 누굴 더 좋아했냐는 아주 전형적인 질문들과 전형적인 대답이 오갔다.
전날 왔다가 국립공원 입장허가증(Permit)이 없어서 퇴짜를 맞았던 입장게이트에 다시 왔다. 전날 저녁에 겨우 받은 허가권을 보여주고 오전 10시경 입장했는데 쉽지 않게 얻은 허가권이라서 그런지 감격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2021 자동차 여행 Day 6 & 7: 덴버 그리고 록키산맥 (tistory.com)

록키산맥 국립공원 입장소를 지나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달린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도 상쾌하다. 아내는 창밖을 바라보며 15년 전 옛 추억을 소환하려하고 아이들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전날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나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https://goo.gl/maps/tPt11h3nyfGTax1ZA
RMNP Fall River Entrance / Toll Station to Continental Divide
www.google.com
트레일 리지 도로(Trail Ridge Road)는 록키산맥 절경을 잘 보여주는 경관 도로 (Scenic Loop, 景觀道路)중 하나이다. 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록키산맥을 다양한 각도에 바라볼 수 있는 여러 조망대를 지나게 된다. 아래에 트레일 리지 도로상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잠시 멈춰서 시간을 보낼만한 몇몇 장소를 리스트로 만들어보았다. 우리 가족은 모든 장소를 다 방문하지는 못했으나 혹시 다음에 다시 올지 몰라서 이렇게 정리해둔다.
- 숨겨진 계곡(Hidden Valley): 방문하지 못했지만 자연 산림 속 하이킹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가볼 만하다. 참고로 공중화장실 건물이 있다.
- 매니 파크 커브 조망대 (Many Parks Curve Overlook): 아래글 참조
- 무지개 커브 조망대 (Rainbow Curve Overlook): 아래글 참조
- 포레스트 협곡 조망대 (Forest Canyon Overlook): 아래글 참조
- 버섯바위 (Mushroom rock): 툰드라 커뮤니티 등산로 (Tundra Communities Trailhead)에서 차를 주차하고 산길을 따라가면 버섯바위와 기념표식이 나온다. 방문하지 못했지만 간단한 산행 또는 하이킹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가볼만 곳이다.
- 고어 레인지 조망대 (Gore Range Overlook): 아래글 참조.
- 알파인 방문자 센터 (Alpine Visitor Center): 높은 산 언덕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록키산맥 풍경이 좋다고 한다. 가는 길이 눈에 쌓여있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이 곳에서 멈추고 않고 바로 그랜드 호수로 향했다. 광대한 록키산맥 풍경을 보다 높은 곳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 밀너 패스 (Milner Pass): 아래글 참조
올라가는 도중 경관도로에 비친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매니 파크 커브 조망대 (Many Parks Curve Overlook)


록키산맥 공원 입장후 첫번째로 멈춘 장소이다. 아이들이 전망대 부근 바위 언덕에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고 큰 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즐거워했다. 울창한 수풀림과 뒤로 펼쳐진 높은 산, 그 위를 덮은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의 마음을 쾌청하게 해준다.
무지개 커브 조망대 (Rainbow Curve Overlook)

두번째로 우리가 멈춘 무지개 커브 조망대는 첫번째 조망대보다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다. 이전에 본 풍경과는 다른 운치를 안겨다준다. 아이들은 차안에 있겠다고 고집을 피워 아내와 둘이 차앞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었다.
포레스트 협곡 조망대 (Forest Canyon Overlook)



드디어 눈구경을 했다. 아이들도 한여름에 보는 눈이 신기한지 덩달아 차에서 뛰어나온다. 눈위를 아장아장 걸으며 발자국 소리를 듣고 눈덩이를 손으로 만지며 손 위에서 아이스크림 마냥 사르르 녹는 눈을 느껴본다.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바람이 조금 거셌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눈을 흩날리며 신나게 뛰어다닌다.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조망대였다.
고어 레인지 조망대 (Gore Range Overlook)


고어 레인지 조망대에서 또한번 차를 세웠다. 이전 조망대에서 뛰어노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탓인지 아이들은 차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나오는데 바람이 너무도 거세다. 아내는 다시 차안으로 들어가고 나홀로 눈덮인 산을 향해 간단히 사진 몇 장 찍은 후 차에 올라탔다.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인 알파인 방문자 센터 (Alpine Visitor Center)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고 바람이 거세 아이들이 가기 싫어할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인터넷 리뷰를 보니 언덕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좋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밀너 패스 (Milner Pass)

알파인 방문자 센터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달리다보니 을칭한 나무숲 사이에 조그마한 호숫가가 보인다. 사람들이 하이킹을 시작하는 장소 밀너 패스 (Milner pass)이다. 이 곳 휴게소에 잠시 차를 멈추고 호숫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도 차에서 나와 잠잠해진 산속 공기를 마시며 호숫가 풍경을 감상한다.


그랜드 호수 (Grand Lake)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병풍이 둘러처진 것 같은 깊은 산속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겨울에서 초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모든 자연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만 같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달려오니 그랜드 레이크 (Grand Lake)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타난다. 깊은 산속 면사무소가 있는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입장객 제한으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점심 시간도 되었고 해서 마을 중심가에 있는 한 BBQ 집을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1:30PM) 아니면 방문객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식당은 상당히 한가해 보인다. 바베큐 립(BBQ Rib)과 소고기 양지살구이(Beef Brisket)를 주문해 먹었는데 바베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양지살구이는 촉촉하지않고 건조해 맛이 별로였다.
점심을 먹으며 갑자기 2004년 8월 이 곳을 방문했을때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 관광버스에서 내려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을 들어갔다. 그랜비 호수 타운(Granby Lake)이었는지 우리가 있는 그랜드 호수 타운 (Grand Lake)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메뉴판을 보니 록키산맥 굴 요리 (Rocky Mountain Oyster)라는 애피타이저가 있었다. 종업원에게 이것이 어떤 요리냐고 물어보니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주문해서 먹으면 그 때 알려주겠다고 한다. 갑작스레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문하니 바로 음식이 나왔다. 미트볼 같은 것을 기름에 튀긴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한 입 베어먹어보니 얇은 고기피부가 몇겹으로 쌓인 듯하고 특별한 맛은 없었다. 약간 짭짜름하다고나 할까... 종업원이 나중에 와서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괜찮은 듯 한데 이 음식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종업원 아가씨가 크게 웃으며 이 음식은 숫소의 고환을 튀겨서 만든 요리며 이 지역 특산물이라고 한다.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들은 즉시 화장실로 달려갔고 남은 음식을 내가 모두 처리했다는 그런 추억 이야기이다. 15년전 아직은 미국문화, 생활도 이해하지 못하던 때, 이 이야기는 아직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그 식당은 아직도 여기에 있을까...


점심식사를 마치고 인근 선물가게점에서 간단한 윈도우 쇼핑을 한 후 그랜드 호둣가로 향했다. 호숫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산책을 하며 나름의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숫가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준 후 벤치에 앉아 우리 가족만의 여유를 즐겼다. 드넓은 호숫가를 타고 오는 바람이 우리가족의 얼굴과 몸을 감싼후 부드럽게 아이스크림을 녹여내린다. 손에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을 둘째가 입으로 핣고서는 배시시 웃는다. 나역시 씨익 웃으며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해하며 이 순간을 깊이 들이 마셔본다.



그랜드 호숫가에서 그렇게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먹은 후 우리는 관광객들은 잘 가지않고 지역주민이 자주 갈만한 조용한 장소로 향했다. 그 곳은 여행을 떠나오기 며칠전 인터넷 조사중 발견한 장소인데 사람들이 많지 않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랜드 레이크 애비뉴 (Grand Lake Avenue)에서 구글맵에 "Arapaho Recreational Area"를 입력하면 다리로 이어져 두 호수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가 나온다. 그 곳에서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트레일러에 실어온 보트를 호숫가로 대는 장소이기도 해서 아이들과 함께 호숫가의 깨끗한 물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원한다는 낚시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제일 좋은 점은 인적이 많지 않아 그 조용함과 아름다움을 우리 가족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랜드 호수에서 시간이 좀 있다면, 그리고 조용함과 평화로운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한번 가볼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마운트 에반스(Mount Evans)로 향한다. 마운트 에반스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생각지도 못할 아득함과 아찔함은 당시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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