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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2-

Barram 2021. 7. 2. 00:57

작가 유시민이 쓴 책은 간결하고 명확하여 읽기가 쉽다. 그가 쓴 "글쓰기 특강"은 글 쓰는 노하우를 다루기보다는 글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 작가 강성국의 감성적인 글쓰기와 달리 작가 유시민은 논리적인 글쓰기를 주로 다룬다. 그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자기 내면 관찰과 자기표현을 위한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논증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에 따른 글쓰기 규칙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글쓰기 규칙 

  •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단순한 취향 고백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왜 그런 취향을 가졌냐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타인의 행위에 대해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할 경우 자신의 판단 행위를 논증할 책임이 생긴다.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객관적인 사실은 논증할 필요가 없지만 개인적인 주장은 논증해야 한다.  

  •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논증에는 오류가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건설적인 비판도 나오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를 "논증의 미학"이라 칭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증의 미학은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인간관계에서 "민주"를 이야기하다 힘 있는 분에게 미움받는 경우가 있다. 결국 글쓰기는 완벽한 논리를 추구하는 노력과 더불어 다른 이들에게 미움받지 않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하라
    주관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논점 일탈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단순하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규칙이다. 하지만 이것은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유용한 규칙이다. 비단 업무상 의사소통뿐만이 아닌 가족과 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나 스스로 이런 규칙을 얼마큼 지키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유시민은 스스로 문학 글쓰기 재능이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논리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잘 훈련하면 타인과 충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남다른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글을 지어내는 나의 능력은 바닥이라 생각한다. 다른 이들과 공감능력도 충분치 않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글쓰기 능력 역시 녹록지 않다. 그저 어떻게든 하루하루 몇 줄 끄적이면서도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 답답한 마음이 가득하다. '글쓰기 특강' 책장을 계속 넘기다 보면 잘 쓴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발췌'와 텍스트의 핵심을 추려내고 압축해내는 '요약'을 잘해야 한다. 독해력과 문장 구사력은 이러한 발췌 및 요약 능력과 서로 연계한다. 본인 노력에 따라 이런 능력을 스스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이 책에서는 언급된다.

필자가 말하는 '잘 쓴 글'은 읽기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또한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는 '잘 쓴 글'의 요건으로 아래와 같이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잘 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잘 쓰인 글 읽기가 중요하다. 필자는 분석적인 독해를 위한 전략적 독서를 제안하면서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독해란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한계와 오류를 찾아내고 다른 관점 또는 맥락(脈絡, context)에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략적 독서의 일환으로 좋은 책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첫째,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아야 한다.
둘째,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셋째,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서적을 읽으려 노력하지만 그 내용이 다가서기가 쉽지 않아서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작가 유시민의 추천도서목록을 제공한다. 몇 권의 책들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있었을 때 들어본 제목들이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픈 책들이다. 

못난 글을 피하는 방법

책장을 넘기다 보면 '못난 글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다룬 글이 보인다. 글을 쓰는데 주의해야 할 점을 언급하여 더욱 눈길이 갔나 보다. 작가 유시민은 못난 글을 피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결국 언어는 말과 글이기 때문에서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말과 글이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다른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되도록 문장은 간결하게 단문을 쓰고 복문은 무언가를 꼭 강조하고 싶을 때 쓰라고 한다. 특히 뜻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고 단어들 간의 조합을 고려하여 글을 써야 한다. 

군더더기 같은 형용사, 부사를 잘 걸러내고 사실과 정보를 논리적 관계로 묶어주어야 한다.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말하듯이 자연스러운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 보면 가슴을 후벼 파고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 나온다.

인생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여럿 있는데, 허영심도 그중 하나다. 허영심은 아주 고약한 감정이다. 허영심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며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허영심으로 점철된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괴롭힌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허영심의 일부일까? 내가 하는 현재의 행위에 의구심을 품어본다. 지나친 자기 검열일까? 적어도 글을 쓸 때는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고 재차 다짐한다.

글쓰기에서 허영심은 경계해야 할 감정이다. 타인과 소통하는 글이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유시민은 글 쓰는 사람은 지식과 전문성을 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그 욕망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지식과 전문성을 그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행복을 얻는 글쓰기

글을 잘 쓰려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그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 다양한 어휘와 더불어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이해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도록 써야 잘 쓰는 것이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논리 글쓰기의 밑바탕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유시민은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찌들어진 내 삶이 유시민이 말하는 것을 실천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이로운 것과 어떻게 하는 것이 옮은 것과의 교집합을 찾는 것은 실천이 가능하겠다.


내가 하는 일은 글쓰기가 대부분이다. 물론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말이다. 하지만 글 써서 소통하는 방법은 비슷비슷하다. 결국 글 쓰는 것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한글이든 영문이든 글을 잘 쓰지 못해 내 인생이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부족한 글쓰기 능력에 스스로 절망했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글쓰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업무차 이메일을 쓸 때 당신이 하는 말이 무엇인 모르겠다거나 이상한 답변이 돌아올 때 자존감 손상이 아닌 모멸감이 들었다. 

손상된 자존심에 대한 보상 욕구가 들어서일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내가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것을 표현하려는 욕망과 더불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시민의 말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나의 욕구를 인식하고 표현해서 타인과 공유할 때 느끼는 것이 행복한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내가 유시민 씨에게 배운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나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나의 삶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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