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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自畵像) - 윤동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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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90년 전에 지어진 이 시가 내 가슴을 이토록 울릴 줄은 몰랐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고해성사가 촉촉이 내 뺨을 적신다.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없는 나, 그리고 아직도 그것에 연연하는 나를 미워하면서도
소유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가 가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이상형이 현실의 나를 미워하게끔 하지만..
그런 현실에 존재했던 나를 미래의 내가 그리워할 것이라 자위해본다.
어찌 보면 내 인생도 평안한 자연의 숨결 속에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연속일 뿐인데
수많은 기억의 편린들은 아직도 내 마음의 바다를 출렁이게 만든다.
내뿜는 숨결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며
나의 숨결을 같이 느껴주는 이들이 옆에 있어줌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아니 그렇게 살아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살아보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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