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오늘 하루 - 김남주 본문

문학관

오늘 하루 - 김남주

Barram 2021. 7. 5. 00:58


오늘 하루 - 김남주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들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김남주 시인이 당시 어떤 생각으로 이 시를 지었는지는

이 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색안경을 끼고 이 시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시를 나 스스로의 삶에 비추어 읽고 싶다.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나의 성격과 가치관 역시 수많은 이들의 그것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 삶 속에 미워하는 마음은 많아지고 

진심으로 통하는 이가 이 세상에 없다 하여

스스로 하소연도 많이 하였다.

벌컥 화내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이해하는 마음은 엷어져만 간다. 

이제 나는 은둔과 침묵 속에서

지나간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흘러갈 세월이 나 자신을 온화하게 바꿔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자기 혁명의 내일을 꿈꿔본다.

'문학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친구야  (0) 2021.07.07
스며드는 것 - 안도현  (0) 2021.07.06
자화상 (自畵像) - 윤동주  (0) 2021.07.04
글을 쓴다는 것 -2-  (0) 2021.07.02
글을 쓴다는 것 -1-  (0) 2021.07.0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