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m's Life
[음식점] 보리 (Bori) 본문
가족들과 오랜만에 한식 바베큐를 하는 곳에서 외식을 했다. '보리(Bori)'라고 불리는 고급 한식 바베큐 식당인데 한국사람이 아닌 직장동료에게 이 곳 이야기를 들었다. 오픈한지는 약 1년정도 된, 한국인보다는 비한국인(非韓國人)들에게 더 알려진 식당인 듯 했다.
BORI
MAKE A RESERVATION TODAY! BORI [BÔR-ē] Bringing an original and unique dining experience to Houston, BORI introduces the first authentic South Korean inspired steakhouse by using the finest and highest quality meats for a complete exposure to the cultura
www.borirestaurant.com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고급식당의 분위기가 풍기는데 저녁식사 가격이 꽤 나올 듯 싶었다. 처남이 저녁을 산다고 하는데 슬쩍 가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괜히 비싼 곳에 데리고 왔나 싶기도 했다.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저녁 6시, 5인 테이블을 미리 예약해놓았는데 이미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내 분위기는 한식당이라기 보다는 퓨전스타일의 아시안 바베큐 식당이라고나 할까? 전형적인 한국 바베큐 식당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인들보다는 비한국인들이 손님의 대부분인 듯 하다.
메뉴를 보고 우선 119달러의 정육점 잔치 세트 (Butcher's Feast)를 주문하였다. 이 세트는 5가지 종류의 소, 돼지고기를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우삼겹살, 꽃등심, 숙성양념갈비, 삼겹살, 매운 삼겹살을 주문하였다. 계란찜, 김치찌개, 치즈옥수수가 같이 포함된 메뉴였다. 요리사의 고기 준비 과정이 유리창을 통해 보여졌고 고기는 매우 신선해보였다.
고기가 준비되는 동안 샐러드와 반찬류가 식탁에 제공되었다. 2가지 종류의 샐러드와 야채, 6~7가지 종류의 반찬이 제공되었는데 맛이 좋았다. 서양사람들 입맛에 맞추어 짜고 매운 양념보다는 달짝지근한 양념의 샐러드와 반찬이 많았다. 나같이 전통 입맛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별로일 수 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맛있다며 여기저기 젓가락과 포크를 움직였다. 단지 아쉬웠던 점은 어느 고급 한식당과 다르지 않게 주어진 양이 매우 인색했고 리필도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업원은 한국말이 익숙치 않은 한인 2세였는데 서빙하는데 있어서 조금 어색한 면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카로니, 멸치볶음, 메밀묵 같은 반찬은 아이들이 리필을 요청할 만큼 맛이 좋았다.
드디어 119달러의 정육점 잔치세트가 나왔는데... 양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4인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이고, 3인이 먹기에는 그럭저럭 겨우 먹을만하고, 2인이 먹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고기질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10여년전 처가집 식구들을 데리고 간 제주도에서 먹은 흑돼지 삼겹살에 비하면 양이나 질면에서 그렇게 나은 편은 아니었다. 여기가 미국이어서 그려러니 하는 아쉬운 생각을 가지고 식사를 했다. 고기는 종업원이 와서 일일히 다 구워주었는데 글쎄 종업원에 따라서 그 굽는 기술이 조금 다르나 싶었다. 우리 테이블을 맡은 종업원은 신입이라서 그런지 조금 익숙치 못한 모습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역시 실수를 많이 했던 어릴 적을 생각하면 고기를 구워준 그 신입종업원은 나보다 훨씬 나은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족한 양이 아쉬워 삼겹살 1세트를 하나 더 시켰다.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가격은 25달러나 한다. 역시 이 곳은 양보다 질과 분위기를 위해 찾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처남은 아주 오랜만에 식당에서 한식 BBQ를 먹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물론 '매형이 만들어준 LA갈비가 더 맛있어요'라고 덕담을 건네면서 말이다.
식사를 마친 후 식당건물 옆 로비로 나오니 전통 기왓집 담장이 보였다. 담장을 쭉 따라가보니 뒷뜰로 들어가는 쪽문이 있었다. 쪽문 안으로 들어서니 어릴 적 시골집에서나 봤던 장독대에 놓여진 여러가지 크기의 항아리들이 보인다. 어릴 적 큰 집에 가면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 조그마한 장독대가 있었고 그 곳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를 놓여있었다. 김장김치를 넣은 장독은 땅에 반쯤 묻혀져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아이들 손을 잡고 장독대를 바라보며 잠시 아버지 손을 잡고 장독대를 바라보던 내 어릴 적 모습이 생각했다. 둘째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저거 모야'라고 물어본다. 잠시, 아주 잠시, 그리움의 눈물이 눈가를 스쳤다.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인지, 아니면 당시 둘째 아이 또래였던 내가 이제는 아버지 나이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인지.... 알듯 모를듯한 감정이 교차했다.
장독대를 지나면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간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된 소녀상이 있다. 몇 년전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갔을때 광화문 부근 호텔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 부근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나가면서 슬쩍 본 기억이 있는 소녀상이었다. 그 곳은 항상 시위대와 대사관 경비경찰이 대치하는 곳이라 소녀상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렇게 소녀상을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 막 10번째 생일을 보낸 딸아이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이 바로 옆에 있는 소녀상과 대비되어 내심 깜짝 놀랐다. 활짝 웃는 딸아이 얼굴과 배치되는 소녀의 슬픔에 잠긴 눈과 무표정한 얼굴은 우리의 화려한 현재 속에 감춰진 비탄의 세월과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딸아이에 맞웃음을 보내면서 소녀상 얼굴을 잠시 외면하고 말았다. 잊고 싶은 과거였나...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과거이겠지만 그래도 직시하고 기억해야 하는 과거. 그 과거를 잠시나마 외면해버린 내가 잠시 부끄러웠다.
뒷뜰 다른 편에 가니 자갈로 한반도 지도를 만들어놓았다. 아이들은 아빠 고향이 어디고 서울이 어디냐고 물어보며 지도놀이를 한다. 여기저기 깡총깡총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소녀상을 멀찌감치 바라본다. 아직도 그 미안함과 부끄러움의 여운이 남았나보다.
식당 건물과 뒷뜰은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컸다. 식당주가 예술에 관심이 많았는지 건물의 상당한 부분을 무료 미술관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풍경화, 인물화, 추상화들이 다양히 섞여서 전시중이었는데 그림을 팔기도 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 가격이 3,000 ~ 5,000달러 정도 나가는데 글쎄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인지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기한 마냥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고급 한식 바베큐 식당답게 음식질이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매우 비싼 가격에 비해 적은 양이 아쉬웠지만 식당 내 인테리어나 뒷뜰에 꾸며진 기념물과 미술관을 보니 그 비싼 가격이 어느 정도 이해되긴 했다. 가족들과 함께 경험삼아 한번 와보기에는 좋은 장소지만 가격 부담이 상당해서 두번째 방문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한국인이 아닌 귀한 손님을 접대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 곳이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처남이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써서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가족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도 든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처남에게 '고마워 처남. 다음 주말에는 우리집에서 한식 바베큐로 배터지게 먹어보자구~!!' 라고 말하니 씩 웃음을 보낸다. 그렇게 저무는 노을을 마주보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쉬움, 그리움 그리고 미안함을 함께 안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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