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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노래

[애니]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A Silent Voice)

Barram 2021. 8. 12. 08:38
출처: Buy A Silent Voice - The Movie - Microsoft Store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통속적이고 쾌락적이라는 선입관을 가진다. 실제로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난 30여년동안 기업화되고 대형화되면서 보다 많은 독자와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쾌락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주제를 많이 다루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2016년에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koe-no katachi; A Silent Voice)"는 적어도 내 관점에서 그런 선입관에 잔잔한 반란을 가져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요시토키 오이마(Yoshitoki Ōima,大今 良時)의 동명 만화씨리즈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인데 일본 특유의 은유법과 상징주의 (Symbolism)를 이용해 각 인물의 성격을 자세히 표현하면서 일본 사회의 불편한 모습을 은은하게 표현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또보며 세번을 보았다. 첫번째는 스토리의 맥락 이해를 위해, 두번째는 대사에 감춰진 인물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장면에 숨겨진 메세지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영화는 단순히 왕따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는 듯 하지만 실제 영화가 던져주는 메세지는 주인공인 이시다 쇼야(石田 将也, Ishida Shōya)가 단절과 회피의 현실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결국 뜨거운 눈물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시절, 분위기에 휩쓸려 본의아니게 청각장애급우인 니시미야 쇼코 (西宮 硝子, Nishimiya Shōko)를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된 이시다 쇼야. 그는 이후 친구들에게 왕따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 홀로 고립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18살이 되던 해, 이시다 쇼야는 자살을 결심한후 마지막으로 니시미야 쇼코를 찾아가 진정어린 사과를 하려하지만 의도치 않게 우리 친구가 될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가게 된다.
내가 이시다 쇼야에게 공감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그가 과거의 잘못과 현재의 모습을 직시하고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특히 아래 니시미야 쇼코의 여동생, 니시미야 유즈루(西宮 結絃, Nishimiya Yuzuru)와 대화에서였다.

니시미야 유즈루: "너 위선자니? 왜 이제와서 수화를 배우고 참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거야? 하지만 나에게 너 같은 애, 정말이지. 역겨워"
이시다 쇼야: "맞아. 난 저질인간이야. 어쩌면 살아있어서는 안될 존재일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니시미야를 더이상 울리고 싶지 않아. 어쩌면 이것은 내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몰라."


그 대사. 내 자신을 위해서 나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는 이시다의 모습에 공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죄를 짓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는 것은 외면해버리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신을 찾고, 죄를 용서해달라 기도하고, 그렇게 마음의 안식처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자신을 용서해가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재정립해가는 과정, 그리고 상호존중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이것이 바로 내가 느낀 영화의 핵심주제이다. 특히 각 인물들의 감정과 처한 상황을 꽃, 풍경, 물건을 통한 은유로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기 드문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작이라 생각한다. 아래 유튜브에서 가져온 예고편을 연결해놓았다.

영화를 보다가 알게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니시미야 쇼코가 이시다에게 서투른 말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말이 서툰 니시미야 쇼코가 겨우 츠키(月)라고 뱉는데 이시다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시다가 츠키 키레이다네 (月.. きれいですね)라고 답변하자 니시미야는 고개만 끄덕거리다 얼굴이 벌개진채 도망쳐버리고 만다.
처음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달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이런 어색한 상황이? 라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사람들은 사랑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月がきれいですね 츠키가 키레이 데스네」즉, 달이 아름답네요라는 형식으로 에둘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한다.
이 표현은 '나츠메 소세키(なつめそうせき | 夏目漱石 | 夏目金之助)' 라는 소설가 때문에 생겨났다. 그는 영문학 교수였는데 학생들이 I love you를 일본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야밤에 단둘이서 달을 볼 정도면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사이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주고 받는 말로서는 '달이 아름답네요' 라는 말로 충분하다.


재밌지 않은가? 일본사람 특유의 정서가 묻어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법이다. 어쩌면 이렇게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가깝고도 먼 일본인들의 생각과 문화를 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글 쓸때 참고한 자료

  1. A Silent Voice (film) - Wikipedia
  2. https://blog.naver.com/jonu6434/22230390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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