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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노래

[영화] 택시운전사

Barram 2021. 5. 25. 07:18

출처: 택시운전사 포스터, 구글(Google)

5월, 따스한 봄날의 햇살은 물방울 마냥 번득이고 푸르른 하늘은 가로수 나뭇잎에 갈가리 찢겨 파편의 빛살을 안겨준다.

시내로 외출나가셨던 어머니가 새파랗게 놀란 얼굴로 골목길을 뛰어오시던 모습.
코 훌쩍거리며 동네 아이들과 놀고 있던 나를 안으시고 형과 누나가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물으시던 절박한 표정.
고개저은 내 모습에 갑자기 펑펑 눈물을 쏟으시며 "어떡해, 어떡해" 울부짖던 소리.
1980년 5월 기억의 파편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군인들 포위를 뚫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한밤중에 우리집 동네로 들어오신 아버지.
연락이 안되는 친척 동생을 찾으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대학병원에 가셨던 아버지는 그날 저녁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친척 동생이 친구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때도 아버지의 그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살짝 무더워지는 날씨, 창문을 활짝 열고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 지프차, 택시...
집 담벼락 너머로 보였던 풍경이 희미한 기억속에서 조각조각 몰려온다.
어두운 밤,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여성분의 처절한 목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가 서서히 희미해지고
그 어둠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눈과 귀를 가리고 잠들기를 종용하셨다.
그리고 멀리서 들렸던 불꽃놀이. 그와 함께 들려오던 부모님의 한숨소리, 마른 침이었는지 눈물이었는지 모를, 그것을 삼키는 소리.

나에게 1980년 5월은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1994년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고, 2000년 영화 "박하사탕",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지만 솔직히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2005년 드라마 "제5공화국"과 2012년 영화 "26년"도 왠지 내가 겪었던 오월의 기억과는 거리가 있었다. 거리가 있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에게 가슴 끓어오르는 감정 그 무언가를 주지못했다는 의미다. 어쩌면 나는 그 장소에 있었지만 그 비극을 피해간 관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2017년에 개봉한 "택시운전사"에서 나오는 한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순간적인 몰입감을 가져왔던 그 장면은 나에게 가슴먹먹하고 무언가 속에서 치밀어올라오는 감정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오월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구멍가게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기때문이다. 

진실을 가슴에 꾹꾹 담아두고 진실아닌 것을 사실이라 말해야 했던 내 부모님세대의 괴로움을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조금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가슴속에 흘렀던 눈물을 참아두고 다음 세대를 길러낸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영화를 만들어준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래 택시운전사 영화 예고편을 링크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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