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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헌트 (The Hunt)

Barram 2021. 4. 20. 21:28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The_Hunt_(2020_film)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시대는 미국의 극단적인 당파정치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언젠가부터 미국사람들은 이야기하기 주저해하던 민감한 주제들 (인종차별, 동성애, 이민문제, 종교)에 과감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갈등이 여기저기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더헌트(The Hunt)"는 미국내 좌우 진영 갈등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블랙코메디 스릴러 영화 (Dark Comedy Thriller)이다. 이 영화는 원래 2019년 9월 27일 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9년 8월 오하이오 데이톤과 텍사스 엘파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때문에 불거진 총기규제 논쟁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2020년 3월로 개봉을 연기한다. 영화 초반, 무기를 소지한 사람을 상대로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면 총기 소지 및 사용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수정헌법 제2조 (The second amendment)를 다룬 장면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2019년 9월 개봉전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언론인 팍스 뉴스(Fox News)에게 비난을 받은 것으로 관심을 받았다. 영화 시작시, 극단적 진보진영의 엘리트계층이 개탄스러워줄 정도의(deplorable) 극단적인 보수주의자 또는 보수진영 지지자들을 사냥하며 하나하나씩 죽이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개탄스러운(deplorable)'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간다. 이 표현은 2016년 트럼프와 대선경쟁을 벌이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인종차별주의자(racist), 성차별주의자(sexist), 동성애 혐오자(homophobic), 외국인 혐오자(xenophobic), 이슬람혐오주의자들(Islamophobic)을 통칭하여 '개탄스러운 것들'이라 부른 것에서 연유되었다.

이렇게 개봉직후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인 영화, 더 헌트는 액션 스릴러라는 형식을 빌러 미국의 민감한 이슈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위험한 불장난을 했다. 영화초반 헝거게임을 연상시키듯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가히 '살인 포르노'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개탄스러운 것들 (Deplorables), 기후변화는 사실이야(Climate change is real), 흑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미국인이야(Not black people, African Americans!!), 우리 백인이 제일 악질이야 (White people, the worst)등 사회적 논란의 키워드를 언급하지만 알맹이는 쏙 빠져버린 느낌이다. 진보와 보수진영의 극단적인 입장을 강조한 과장된 풍자는 인상적이지만 결국 어떤 메세지도 주지 못하는 허무한 결말은 맥이 빠지게 만들어버린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8244784/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이 영화에서 내가 받은 느낌은 현재 한국 정치가 처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많이 깨어있다고, 자신은 정의의식이 투철하다고, SNS에 공유하면서 유행을 좇아 자신의 진보적인 성향을 허위와 허식으로 꾸며대는 사람들.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무작정 공격하는 사람들.
검증되지도 않은 이야기를 여기저기 퍼날라와서 자신에게 득이 될만한 것만 추려내고 비판적 사고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버리는 사람들.
다른 이의 잘못과 헛점은 입에 침을 튀기듯 말하면서 정작 자기자신을 진실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더헌트에 나온 사람들 마냥 사냥하고 사냥당하고 있는 것 아닐까.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사실왜곡을 서슴치 않고 극단적인 가정을 함부로 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치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해결점을 위해 우리 자신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너와 나의 진실을 사냥해야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올린 영화 '더헌트' 예고편을 연결시켰다.


영화를 보던 중 내 관심을 끌었던 장면 하나가 있다. 영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털 (Crystal)이 '토끼와 거북이 (The tale of the Jack Rabbit and Boxed turtle)'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토끼를 Jack Rabbit이라 부르고 미국 내륙지방 연못에 사는 거북이는 boxed turtle이라고 부른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들어왔던 전형적인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인데 다만 그 결말이 상상을 뒤집는다. 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승리한 후 집에서 가족들과 축하만찬을 가진다. 아내와 아이들은 거북이에게 어떻게 토끼를 이겼냐고 물어본다. 거북이는 "난 그냥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내 갈 길을 열심히 갔을 뿐이야." 순간 집 문이 부서지듯 열리고 화가 난 토끼가 망치를 들고 집 안에 들어온다. 토끼는 거북이가 보는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망치로 때려죽이고 결국 거북이까지 죽여버리고 만다. 그리고 거북이 가족이 식사하던 식탁에 앉아 그들이 먹던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다. 왜 결론이 그렇냐는 시선에 크리스털은 이렇게 답한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는 토끼가 항상 이겨야하거든 (Because Jack Rabbit always wins).


이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나름 생각을 해보았다. 기득권층을 상대로 저항을 하며 게임의 법칙에 따라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기득권층의 무자비한 진압일까? 미국사회에서 그 기득권층은 누구일까?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에 상관없이 돈, 지식, 권력을 가진 엘리트계층일까? 아니면 오바마 정권이후 위기감을 느끼고 트럼피즘을 통해 그 불만을 표출시키는 집단일까? 아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장면을 연결시켜 놓았다.


민감한 정치적 화두를 불장난하듯 다루면서 액션스릴러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화둣거리는 많은데 웬지 깊이 와닿지는 않고 허무한 결말은 우리를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돌려놔버린다. 여기저기 산발적인 의문점을 많이 가져왔지만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영화. 더 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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