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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글쓰기

흐린 날

Barram 2021. 5. 18. 13:37


하루 종일 날씨는 우중충했다. 구름이 낀 흐린 날씨로 아침을 시작하더니 결국은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은 기분이 가라 앉기 마련이다. 안좋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면 나는 고개를 흔든다. 밝게 웃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어두운 생각을 하얗게 지워낸다.
작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문구들을 필사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키보드로 두드려 본다. 아무도 읽지 않을 그 글을 나만의 노트에 적어내려가며 나만의 감성에 젖어본다. 결국 이 글도 서랍속에 며칠, 몇 달을 머물다가 울컥한 마음에 지워버리거나 발행 버튼을 눌러 공개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워하는 감정에 복수하려는 생각도, 수치감의 나락에 떨어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생각도… 속빈 번데기 마냥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한채 바람 따라 허무감의 언덕을 지나간다.
어찌보면 당시에는 편협했던 이성과 앞서는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더 냉정해졌고 포용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면도 있다. 아마도 그래서 내 마음의 파도는 이리 심하게 출렁이는지…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여전히 비참하고 추악하고 치욕스럽다"
소설 토지 속 홍이가 느꼈던 감정이 치밀어오를 때를 생각해본다. 하긴 지금은 부질 없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잠시의 감상에서 벗어나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고 내 이야기를 하고 내가 할 일을 적고 내가 필요한 데이터를 받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흐린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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