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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am's Life

오데사(Odessa)에서 385번 도로를 타고 달리면 텍사스와 뉴멕시코 주 경계선을 지나가게 된다. 380번 도로를 타고 다시 2 시간여를 달리면 로스웰 (Roswell)이라는 조그만 도시를 만난다.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 도시와 다름 없는 이 곳은 1947년 로스웰 사건 (Roswell Incident)으로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로스웰 다운 타운에 위치한 로스웰 UFO 박물관은 로스웰 사건을 바탕으로 한 UFO 목격담 및 음모론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해놓은 곳이다. 한적한 도시 한 가운데 많은 차가 주차되어 방문자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방문자들이 박물관 관람을 위해 줄을 서..

샌 앤토니오를 떠나 텍사스 서부로 향하는 I-10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가다 보면 컬 카운티 (Kerr Country)라는 마을을 지나치게 된다. 이 곳에는 영국 남부 지역 선사시대 유적인 스톤 헨지 (Stonehenge)를 본떠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미국 버전의 스톤 헨지 2 (Stonehenge II at the Hill Country Arts Foundation)를 구경할 수 있다. 텍사스 서부를 여행하는 이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이 곳을 신기해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흐릿한 날씨, 스톤 헨지 부근에 불개미 구덩이들이 많아서 조금 번거로웠지만 아이들에게 생소한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 잠시 ..

콘셉시온 미션은 지난 샌 안토니오 미션 여행 중 준비 부족으로 길을 잃어버려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 미션이었다. 당시 당일치기로 온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른 미션들을 방문한 뒤 다시 길을 돌아 이 곳에 오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했었다. 그때 놓친 방문을 이번 자동차 여행에서 만회해보기로 했다. 콘셉시온 미션은 샌 앤토니오 다운타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들어서는 입구에 샌 앤토니오 미션 안내 사무실이 있는데 아마도 이 곳이 샌 앤토니오 미션 답사의 시작점이라서 안내소가 있는 듯했다. 입구에서 검게 그을린 오래된 미션 건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구름이 걷힌 직후 미션 건물의 자태는 신성함보다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 안도감을 가져다 주는 고요함이라 할 까. 고요한 풍경에 적적함이 가슴속에 밀려온다. ..

5월, 따스한 봄날의 햇살은 물방울 마냥 번득이고 푸르른 하늘은 가로수 나뭇잎에 갈가리 찢겨 파편의 빛살을 안겨준다. 시내로 외출나가셨던 어머니가 새파랗게 놀란 얼굴로 골목길을 뛰어오시던 모습. 코 훌쩍거리며 동네 아이들과 놀고 있던 나를 안으시고 형과 누나가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물으시던 절박한 표정. 고개저은 내 모습에 갑자기 펑펑 눈물을 쏟으시며 "어떡해, 어떡해" 울부짖던 소리. 1980년 5월 기억의 파편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군인들 포위를 뚫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한밤중에 우리집 동네로 들어오신 아버지. 연락이 안되는 친척 동생을 찾으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대학병원에 가셨던 아버지는 그날 저녁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친척 동생이 친구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때도 아..

지난 화요일 밤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비가 세차게 내렸었다. 아이들을 재운 후 밤 10시 경 책을 읽고 있는데 집안에서 마치 총이 발사된 것 같은, 콰광! 하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고 둘째가 놀래서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집 부근에 낙뢰가 떨어진 모양이라 생각했는데 소리치곤 그 강도가 너무도 컸다. 순간 낙뢰가 차고 쪽에 있는 케이블 박스를 때렸나 보다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차고에 가서 불을 켜려 하는데 켜지지 않는다. 차고로 연결된 세탁실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인터넷 케이블박스를 확인해보았다. 파워케이블은 연결되어있는데 전원이 꺼져있었다. 때문에 집에서는 인터넷 서비스가 전혀 되지 않았다. 비가 계속 세차게 내리고 천둥번개가 간간히 들려왔지만 우비를 쓰고 집밖으로 나가 혹시 모를 ..

하루 종일 날씨는 우중충했다. 구름이 낀 흐린 날씨로 아침을 시작하더니 결국은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은 기분이 가라 앉기 마련이다. 안좋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면 나는 고개를 흔든다. 밝게 웃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어두운 생각을 하얗게 지워낸다. 작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문구들을 필사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키보드로 두드려 본다. 아무도 읽지 않을 그 글을 나만의 노트에 적어내려가며 나만의 감성에 젖어본다. 결국 이 글도 서랍속에 며칠, 몇 달을 머물다가 울컥한 마음에 지워버리거나 발행 버튼을 눌러 공개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워하는 감정에 복수하려는 생각도, 수치감의 나락에 떨어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생..